“에롤(앵커), 우리 지금 붙잡혀가고 있어요.”
지난달 31일 터키 반정부 시위 1주년 기념집회 현장에서 생방송 중 CNN 특파원이 경찰에 끌려가는 장면이 전세계에 생중계됐다.
CNN 터키 특파원 이반 왓슨은 이날 오후 3시께 이스탄불 탁심 광장에서 전투경찰들을 배경으로 삼아 생방송에 나섰다. 왓슨은 시위 1주년을 기념해 시위대가 광장에 헌화를 하려 하지만 경찰이 광장을 아예 봉쇄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때 사복 경찰들이 다가와 “당신 기자냐”고 물으며 왓슨을 끌고 가기 시작했다. 왓슨은 몸을 비틀대면서도 계속 카메라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자 경찰은 “여권을 보자”며 그와 카메라 앞을 막아 섰다. 왓슨은 기자증을 꺼내 들었지만 경찰들은 그와 카메라 기자 등을 에워쌌다. 경찰들은 이들을 손으로 밀고 무릎으로 차면서 결국 연행해갔다.
연행 직후 왓슨과 직원들은 경찰들에게 다시 기자증을 보여줬지만 경찰은 ‘조작된 것일 수도 있다’며 이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CNN 사무실에서 여권을 보내줄 때까지 약 30분 동안 구금됐다. CNN은 왓슨이 12년째 터키에 주재하고 있지만 경찰이 기자증 대신 여권을 요구하는 일은 드물었다고 전했다.
이날 앙카라와 이스탄불 집회에서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시위대를 진압했다. 시위는 지난해 일어난 전국 규모의 반정부 ‘게지 시위’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난해 시위의 중심이었던 탁심 광장 인근 거리에선 경찰이 내각 총사퇴를 외치는 시위대 수백 명과 충돌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광장에 경찰관 2만5,000명, 물대포 차량 50대 등을 배치하는 등 경비를 강화했고 광장으로 이어지는 게지 공원 출입을 통제했다. 도로를 완전 봉쇄해 대중교통 수단 운행도 중단시켰다. 지난해 시위대가 점거했던 보스포루스 대교에는 헬기까지 띄워 감시했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젊은이들이 원하는 대로 시위하도록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반정부 시위는 5월 27일 소수의 환경운동가들이 게지공원 재개발 공사를 막기 위해 공원에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인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경찰과 시청 직원 등은 텐트를 태우고 소규모 시위대에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며 진압했고 이런 과잉진압 장면이 담긴 사진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면서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확산됐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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