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폴 매카트니에 대한 단상

입력
2014.06.01 13:33
0 0

한창만 도쿄특파원 cmhan@hk.co.kr

비틀스의 멤버 폴 매카트니는 개인적으로 일본과 악연이 많은 것 같다. 멤버 해산 후 1975년 첫 일본 공연을 추진했으나 과거 마약 범죄 경력이 문제가 돼 비자가 발급되지 못해 공연이 성사되지 못했다. 매카트니는 1980년 자신이 결성한 그룹 ‘윙즈’를 이끌고 일본을 다시 찾았으나 공항에서 대마초를 소지한 현행범으로 체포돼 입국수속조차 밟지 못한 채 추방되기도 했다.

폴 매카트니와 일본과의 악연에는 조금은 과장된 내용도 있다. 비틀스의 또 다른 멤버 존 레논이 일본인 여성 오노 요코에 빠져, 가정은 물론 그룹활동에 소홀히 하면서 매카트니를 비롯한 멤버와 사이가 나빠진 것이 비틀스 해산의 결정적인 이유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매카트니는 최근 영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프로스트와 인터뷰에서 “요코가 비틀스를 갈라놓은 것이 아니라, 비틀스 스스로가 해산을 결정했다”고 부인한 바 있다. 비틀스가 해산할 당시 그룹 내에는 오노 요코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너무 많은 내부적 갈등이 존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런 논란과는 별개로 폴 매카트니와 비틀스에 대한 일본인의 애정은 각별하다. 소설이나 만화에는 유독 비틀스의 노래를 제목으로 따온 사례가 많다. 한국에서는 상실의 시대로 익숙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은 비틀스의 곡명을 차용했다. 하루키가 지난 해 발표한 단편소설 드라이브 마이 카 역시 비틀스의 노래 제목이다.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 골든 슬럼버, 오카자키 교코의 만화 헬터 스켈터도 비틀스의 곡명을 그대로 제목에 붙인 것으로 두 편 모두 영화로까지 만들어질 정도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일본에서 비틀스와 쌓은 인연이 많다. 필자가 방문연구원으로 연수를 했던 게이오대에는 ‘비틀스 연구회’라는 동아리가 있었다. 당시 이 모임에 속한 학생은 30~40명이나 돼 사흘간 열리는 학교 축제기간 매일 10시간씩 수시로 멤버를 바꿔가며 비틀스의 음악을 연주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 기억이 생생하다. 평소 자주 들리는 라면가게가 있는데 맛도 맛이지만 이 곳에 가면 매일 비틀스의 명곡을 들을 수 있어 발길 향했던 때가 많았다.

지난 해 폴 매카트니가 일본 도쿄에서 공연을 갖는다는 신문광고를 눈여겨본 일이 있다. 예매 일을 하루 놓쳐 부랴부랴 인터넷을 접속했더니 표는 이미 매진이었다. 표를 구입했다가 못 가게 된 사람들이 싸게 내놓는 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전문으로 다루는 가게를 찾았더니, 1만7,500엔짜리 S석 표가 10만엔에 팔리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어 포기했던 경험도 있다.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나 되는 돈을 주고 볼 일본인이 있을 까 생각했는데, 실제로 올해 공연에서는 10만엔짜리 표가 버젓이 등장해 또 한번 혀를 내둘렀다.

매카트니가 지난 달 15일 공연을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가 바이러스성 염증이 심해져 4차례 일본 공연은 물론, 28일 예정이던 첫 내한공연마저 취소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매카트니가 일본에서 뭘 했길래 이런 병이 걸렸느냐며 일본 입국 후 그의 행적에 의혹의 눈초리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매카트니가 4, 5월 남미공연에서 이미 바이러스 염증이 발병한 상태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빚어진 오해에 불과하다.

그는 다행히 도쿄의 한 병원에서 복강경 수술을 받고 지난 달 26일 영국으로 귀국했다. 72세의 고령이기는 하지만 평생 음악과 함께 한 매카트니가 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다시 팬들 앞에 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