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월드컵 앞두고 "잊혀질라" 두려움 커져 진상규명 지지부진에 서명운동 ·촛불추모제 참여
자승 총무원장·염수정 추기경 만나 협조 호소도
눈물로 진실규명을 호소하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행동에 나선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1,000만인 서명운동을 전국으로 확대하며 종교계 지도자들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내달 주말에는 전국 각지에서 열릴 촛불추모제에 조직적으로 참석한다.
30일 세월호 사고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유가족 100여명이 곧 전국에 내려가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과 촛불추모제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6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와 함께 6월 7일 서울 부산 대전 광주 전주 등 전국 15개 시ㆍ도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해당 지역 촛불추모제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유가족들은 종교계에도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에 함께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전날 불교계 최대 계파인 조계종의 자승 총무원장을 면담한 데 이어 이날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과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의 전용재 감독회장을 만났다. 자승 총무원장이 “전국 사찰에 서명지를 배포해 참가하도록 돕겠다”고 화답하는 등 종교계 지도자들 역시 동참 의사를 표명했다. 특히 염 추기경은 “8월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가족들의 만남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합동분향소에 머물던 유가족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은 반백일 가까이 되도록 지지부진한 정부 수사 대신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6ㆍ4 지방선거와 월드컵 열기에 묻혀 수그러든 관심의 불씨를 다시 지피기 위해서다.
실제 최근 경기 안산 합동분향소의 평일 조문객 수는 1,000여명으로 사고 초반과 비교해 10분의 1수준으로 줄었고, 이달 중순에는 조문객 감소로 경기 수원ㆍ구리ㆍ의왕 등에 설치됐던 분향소가 철거됐다.
‘진상규명 촉구’ 글귀를 쓴 현판을 등에 메고 지하철 4호선에서 서명운동을 벌인 유가족 임온유(53) 목사는 “세월호 안에 실종자 16명이 있고, 진상규명도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이대로 잊혀지면 안 될 것 같아 거리로 나서게 됐다”며 “강원 춘천, 제주 등 고향에서 개인적으로 서명을 받는 유가족이 많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전날에도 서울역, 신촌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역사 중심으로 서명운동을 벌였다.
정치인들의 ‘말 뿐인 성찬’도 이들의 직접 행동에 영향을 미쳤다. 사고 초기 “최대한 돕겠다”던 여야 국회의원들은 의견 차이를 보이다가 유가족들이 국회 앞에서 사흘간 밤을 새며 요구한 지난 29일에야 세월호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앞서 21일에는 국회 본회의 세월호 참사 긴급현안질의가 예정돼 있었는데도 의원 수십명이 지각해 30분간 미뤄졌었다.
대책위 류경근 대변인은 “국회에서 밤샘 농성을 벌이면서 우리끼리 요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시민들과 만나 직접 유가족의 목소리를 들려드리는 게 중요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가족 박모(51)씨는 “다음달 2일부터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시민들의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책위는 현재까지 100만명이 서명운동에 동참했고, 유가족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추가 서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산=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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