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절제 작업 중 '펑' 민간 잠수사 사망 "폭발 위험 우려했는데" 현장 잠수사들 분통
세월호 수색작업에서 또 한 명이 희생됐다. 지난 6일 민간잠수사 이광욱(53)씨가 잠수 수색 도중 숨진 데 이어 세월호 선체 절개작업에 투입된 민간잠수사가 또 숨진 것이다. 안타까운 희생에 실종자 가족들과 동료 잠수사들은 망연자실했다.
30일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범대본)에 따르면 오후 2시 20분쯤 4층 선미 다인실 창문 절개 작업을 하던 인천 해양수중공사 소속 민간잠수사 이민섭(44)씨가 작업 도중 부상을 입고 전남 목포시 한국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숨졌다. 숨진 이씨는 20년 동안 수중 잠수작업에 종사해 왔지만 잠수 자격증은 없었다. 국가 공인 잠수사 자격증이 없었던 이광욱 잠수사의 사망 후 해양경찰이 잠수사의 자격 검증을 철저히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다시 한 번 구멍이 뚫린 것이다.
이씨는 28일 선체 절개작업 투입을 위해 영입된 6명의 잠수사 중 한 명으로, 30일 오후 1시 50분쯤 88바지선에서 입수해 선체 외부 절개 작업을 했다. 30분이 지난 오후 2시 20분쯤 “펑”하는 폭발음이 들린 뒤 이씨는 의식을 잃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함께 잠수했던 잠수사와 바지선 위에서 대기하던 다른 잠수사들이 이씨를 물 밖으로 건져 올렸다.
범대본은 “인양 당시 눈과 코 등에 출혈이 있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후 이씨는 대기 중이던 헬기를 이용해 30분만에 목포 한국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오후 3시 35분쯤 끝내 사망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은 “컴퓨터단층(CT)촬영 결과 외부 압력에 의한 폐 손상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별한 외상은 없고 폐와 뇌, 심장, 콩팥, 간 등의 장기가 손상됐다”고 밝혔다.
비보를 듣고 오후 10시쯤 한국병원에 도착한 이씨 부모와 부인, 자녀들은 안치실에서 시신을 부여잡고 통곡했다. 해경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이씨 시신을 부검하기로 했다.
아흐레째 실종자 숫자가 16명으로 변함이 없는 상황에서 잠수사의 사망소식까지 전해지자 실종자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항상 제일 걱정하던 것이 잠수사의 안전이었다”며 “그분도 한 가정의 가장인데 너무나 미안할 따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선체 절개는 격벽이 무너져 진입이 어려워진 4층 선미 다인실을 수색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된 것이었다. 29일 오후부터 시작된 선체 외판의 절개작업이 예상보다 순조로워 실종자 가족들의 희망이 커지던 시점이라 충격은 더 컸다.
현장의 잠수사들은 “산소아크 용접 방식은 폭발의 우려가 있는 등 위험성을 지적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수중공사 전문업체 대표는 “선체 절단 작업시 외부에서 작업하면 절단면이 잘 보이지 않아 선체 내부에서 외부를 보면서 작업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선체 내부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산소아크 용접을 할 때 물과 산소가 닿으면 수소가 발생하는데 이 수소를 제대로 빼 내지 않아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는 잠수시간이 너무 길었거나, 호스가 엉켜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등 잠수사에게 패닉을 일으킬만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선체 절개 작업은 기존 수색작업에 참여하던 잠수사와 88수중개발 소속 잠수사, 해양수중공사 소속 잠수사 등 10명의 민간잠수사가 진행해 왔다. 이씨 등 잠수사들은 4층 선미 다인실의 외벽을 너비 4.8m, 높이 1.5m 크기로 절개하던 중이었다. 이날 사고 후 절개작업은 중단됐다.
진도=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목포=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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