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양대 노조가 길환영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두 노조가 한꺼번에 파업에 나선 것은 4년 여 만이다. 이번 파업은 전체 임직원의 80%가 참여한데다 기자협회와 PD협회, 아나운서협회 등 16개 직능협회가 모두 동참한다는 점에서 훨씬 파괴력이 크다. 사실상 KBS 전 직원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당장 파행 방송이 속출하고 있다. 뉴스가 단축 방송되고 일부 교양ㆍ오락 프로가 결방됐다. 6ㆍ4지방선거와 월드컵 방송 준비에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과거 파업 때는 부장급 간부들이 대신 제작했으나 이번엔 300명 이상의 부장ㆍ팀장급 간부들마저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참여해 시간이 갈수록 파행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 피해는 세금에 가까운 수신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수습 책임을 지고 있는 KBS 이사회는 시간을 끌고 있다. 이사회 과반수(11명 중 7명)를 차지하는 여당추천 이사들은 29일 열린 이사회에서 길 사장 해임안 표결을 지방선거 다음날로 연기했다. 이미 파업이 예고된 상태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표결을 미룬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일단 지방선거 뒤로 미뤄놓고 눈치를 보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보도 과정에서 길 사장이 청와대의 개입을 수용한 것이 확실한데도 계속 버티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국회에서 청와대의 세월호 보도협조 요청을 시인했다. 길 사장은 지금까지 드러난 언행만으로도 공영방송의 수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 그런데도 오히려 “이번 파업은 불법으로 민형사상 책임을 엄격히 묻겠다”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거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에게 등을 돌린 상황에서 조직을 제대로 장악하고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KBS 사태의 원인 제공은 두말 할 것도 없이 청와대에 있다. KBS 이사회와 길 사장은 지금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다. 길 사장이 버틸수록 그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청와대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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