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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성매매 반대운동가 소말리 맘, 거짓말 논란에 사임

입력
2014.05.3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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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당시 뉴욕에서 열린 자신의 재단 자선행사에 참석한 소말리 맘의 모습 / AP
2009년 당시 뉴욕에서 열린 자신의 재단 자선행사에 참석한 소말리 맘의 모습 / AP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매매 반대운동가 소말리 맘이 28일(현지시각) 과거의 행적과 활동에 대한 거짓말 논란으로 자신이 설립한 재단의 최고경영자직에서 물러났다. 맘의 사임 원인은 자신이 과거에 성매매 노예로 고통받았다는 주장과 그녀가 캄보디아의 성매매 피해자라고 내보인 사람들이 가짜였다는 '뉴스위크'의 21일 보도에 따른 것이었다.

타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소말리 맘은 '위험에 처한 여성들을 위한 행동'이란 뜻의 비정부기구(NGO) '아페십(AFESIP·Agir pour les Femmes en Situation Precaire)'과 아페십의 운영기금을 모으기 위해 만들어진 '소말리 맘 재단'의 창립자이다. 힐러리 클린턴 같은 유력 정치가들은 물론, 멕 라이언과 같은 헐리우드의 톱스타들로부터 열띤 지지를 받는 인물이다. 2009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의 하나로 선정되었고, 2012년에는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포스코 청암상을 수상하고 서울대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맘은 미국의 유명 모델이자 쇼 호스트인 타이라 뱅크스가 진행하는 쇼에서 자신이 어릴 적에 할아버지에 의해 사창가로 팔려가 10년 가까이 노예와 같은 생활을 했다고 주장했다. 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자동차 배터리에 연결된 전극으로 고문을 당하기도 했고, 포주에게 저항하는 여성이 총을 맞고 숨지는 것을 보기도 했다는 것. 맘의 전 남편인 피에르 레고스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맘의 자서전 출판을 위해 그녀를 만난 한 출판사 직원이 이야기를 듣다가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충격적인 성매매 이야기들, 그러나...

맘과 그녀의 NGO 아페십이 구출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2009년에 소개된 롱 프로스라는 이름의 여성은 어릴 때 납치되어 사창가에 팔려가 폭행과 전기고문을 당했고, 두 번의 강제 낙태를 경험했다고 증언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성매매를 거부하자 포주에 의해 눈알을 뽑혔다는 증언이었다.

2009년, 포주에 의해 자신의 눈알이 뽑혔다고 증언하여 파문을 일으켰던 롱 프로스. 그러나 의료기록과 관계자들은 눈에 생긴 종양으로 수술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2009년, 포주에 의해 자신의 눈알이 뽑혔다고 증언하여 파문을 일으켰던 롱 프로스. 그러나 의료기록과 관계자들은 눈에 생긴 종양으로 수술을 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프로스의 증언은 의료기록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었다. 뉴스위크는 프로스를 수술했다고 증언한 의사를 인터뷰했다. 그녀가 13세 때 눈에 종양이 생겨 그녀의 부모가 병원으로 데려갔다는 것이다. 당시 병원 의료기록에는 수술 전과 후의 사진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프로스가 아페십으로 가게 된 이유도 거기에서 제공하는 직업훈련을 받기 위해서였다고 병원 관계자는 증언했다.

게다가 1998년에 프랑스의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나와 자신이 13세 때부터 성노예의 삶을 살았다고 증언하여 충격을 주었던 마으 라타(당시 14세)는 지난 2013년 10월, 캄보디아의 영자지인 '캄보디아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증언은 소말리 맘이 시켜서 했으며 촬영 전 리허설을 했다고 고백했다. 뉴스위크의 보도에 따르면 프로스와 마찬가지로 라타 또한 성매매의 피해자가 아니었다. 부모가 일곱 명의 자녀 모두를 키울 수가 없어 아페십으로 보내진 것이었다.

개인사에 대한 스스로의 증언들도 서로 엇갈려

맘의 개인사에 대한 증언은 주변의 증언과 들어맞지 않는다. 뉴스위크는 맘이 유년기를 보냈던 지역의 주민과 친척, 친구들을 인터뷰했는데 이들이 기억하는 소말리 맘은 행복하고 인기 많은 소녀였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의 증언들 사이에서도 균열이 엿보였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그녀는 2012년 2월 백악관에서는 자신이 9~10세 때 사창가로 팔려가 10년을 보냈다고 했는데, 타이라 뱅크스 쇼에서는 4~5년 정도를 보냈다고 했다. 그녀의 자서전에서는 자신이 16세가 되었을 때 사창가로 팔려갔다고 말하고 있다.

맘의 주장은 갈수록 자극적이었다. 2006년에 그녀는 여성잡지 '글래머'와 뉴욕타임즈를 통해 자신의 성매매 반대운동에 대한 보복이으로 성매매업자들이 자신의 14살짜리 딸을 납치하고 윤간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했다고 주장하여 또다시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전 남편인 레고스와 아페십의 전직 법률자문위원이었던 아르티 카푸어는 그녀의 딸은 결코 납치된 적이 없으며 남자친구와 함께 가출했다고 뉴스위크에 밝혔다.

"매우 세련되고 매력적" vs "폭군적이며 특권의식 가져"

아페십과 소말리 맘 재단에서 일했던 사람들도 언론 등에서 비쳐지는 맘의 이미지와 실생활 모습과의 큰 괴리를 지적했다. 아페십에서 2011년에 자원봉사했던 심리학자 캔데이스 블라스는 기부자들이 곁에 있을 때는 "매우 세련되고 매우 매력적"이지만 기부자들이 없을 때면 "폭군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있고 변덕과 감정기복이 심하며 특권의식을 갖고 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소말리 맘 재단에서 일했던 사람은 당시에 대해 "매우 충격적이고 적대적인 환경이었다"고 회상했다.

뉴스위크의 집요한 인터뷰 요청 이후 소말리 맘 재단은 해당 제보들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뉴스위크의 보도가 온라인에 공개되고 일 주일이 지난 지난 28일, 소말리 맘은 자신의 재단에서 사임했다. 재단은 한 로펌에 의뢰한 조사의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언론의 답변 요청들도 모두 거부했다.

왜 이러한 날조를 벌였을까? 더 많은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서다. 사실 NGO 등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과장하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아페십의 고문을 지냈던 피에르 팔라비에는 작년 캄보디아 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단체의) 수혜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날조하는 것을 두고 아페십만 손가락질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모든 주요 국제 NGO들이 사용하는 접근법이다. 이들은 모금액을 늘리기 위해서 각기 다른 수혜자들의 이야기를 짜깁기하여 '전형적'인 눈물 스토리를 만든다"고 말했다.

김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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