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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주차] 주말 어떤 영화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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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5주차] 주말 어떤 영화 볼까

입력
2014.05.3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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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도 주목한 발군의 형사물 '끝까지 간다' 흥행가도의 '엑스맨' 까지 고민 많은 주말 온가족 함께라면 '말레피센트'…졸리의 변신 주목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윤윤수 휠라 회장이 동창모임에 나가면 종종 들은 불조심 표어라고 한다. 사회 초년병 시절 실패의 쓴 잔만 거듭 마셨던 윤 회장이 월급쟁이 신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본 친구들이 우스개로 들먹인 문장이다. 젊은 시절 꺼진 불 같은 존재였던 윤 회장이 각고의 노력으로 활활 타오르는 경제계의 불꽃이 됐으니 이보다 더 잘 어울릴 표현이 있을까. 아마 이 오래된 불조심 표어를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에게 적용해도 되지 않을까.

김 감독은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2006)으로 데뷔했다. 구두쇠 홀아비(백윤식)와 그의 고교생 아들 현(봉태규)이 미모의 이혼녀 미미(이혜영)를 동시에 사랑하면서 벌어지는 일대 소동극을 스크린에 표현한 코미디였다. 서로에게 한 줌의 애정조차 보이지 않는 부자가 한 여자를 두고 쟁탈전을 벌인다는 발칙한 소재 때문일까. 흥행 성적은 참담했다. 전국에서 59만3,277명이 이 영화를 봤다. 기자들과 평론가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았다.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재미와 의미, 둘 다 놓친 영화란 평가를 받으며 철저히 묻혔다.

2006년은 단군이래 가장 많은 영화감독이 ‘입봉’했던 해다. 상장 붐으로 충무로에 돈이 넘쳐나면서 영화들이 쏟아졌고 신인 감독이 양산됐다. 데뷔작이 곧 은퇴작이 될 감독들이 유난히 많이 나왔다. 데뷔작부터 실패한 김 감독도 그럴 운명에 처할 위기였다.

다시 본 김성훈 감독, 끝까지 간다. 미디어플렉스 제공.
다시 본 김성훈 감독, 끝까지 간다. 미디어플렉스 제공.

29일 개봉한 ‘끝까지 간다’를 보다 보면 와신상담, 권토중래 등 재기를 의미하는 사자성어가 거듭 떠오른다. 장면 하나하나에 충무로로의 ‘금의환향’을 염원하는 정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어깨에 힘을 주듯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감독의 역량을 드러내놓고 강조하지 않는다. 화면 곳곳에, 화면 사이사이에 꼼꼼한 연출력이 숨어있다.

‘끝까지 간다’의 최고 미덕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정직하지 못한 형사 건수(이선균)가 악으로 똘똘 뭉친 비리 경찰 창민(조진웅)과 목숨 건 대결을 펼치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모친상을 당한 황망한 와중에 교통사고로 사람까지 죽인 건수의 절박한 상황, 그런 건수의 현실을 악용해 자기 잇속을 차리는 창민의 몸과 두뇌를 건 대결이 촘촘한 이야기로 표현된다. 후반부 지뢰처럼 터지는 몇몇 반전이 흥미를 돋운다. 이선균과 조진웅의 연기호흡도 좋다. 서스펜스 사이에 서늘한 웃음을 배치하는 재치도 돋보인다. 충무로가 최근 내놓은 형사영화 중 발군이다.

‘끝까지 간다’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이광모 이창동 임상수 류승완 홍상수 허진호 연상호 감독이 방문했던 칸영화제 비공식부문이다. 경쟁부문 등 칸영화제 공식부문으로 진출하는 디딤돌로 여겨진다. ‘끝까지 간다’의 감독주간행은 영화의 완성도를 보증한다 할 수 있다. 6년 동안 시나리오를 쓰며 이 영화를 준비한 김성훈 감독은 ‘끝까지 간다’의 유쾌한 결말 못지않은 극적인 반전을 스크린 밖에서도 보여준 셈이다.

흥행가도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20세기폭스 코리아 제공.
흥행가도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20세기폭스 코리아 제공.

이번 주말은 흥행가도를 내달리고 있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 ‘끝까지 간다’가 관객들을 즐거운 고민에 빠트릴 듯하다. 전초전이라 할 29일 흥행대결에선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9만6,007명)가 앞섰다. ‘끝까지 간다’는 7만9,998명을 기록했다. 빅 스타가 부재한 영화로선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안젤리나 졸리의 변신이 눈에 띄는 말레피센트.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제공.
안젤리나 졸리의 변신이 눈에 띄는 말레피센트.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제공.

두 영화의 치열한 대결 속에서 앤젤리나 졸리 주연의 ‘말레피센트’는 틈새시장을 노릴 듯하다. 고전 동화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현대적으로 새롭게 풀이한 영화인데 어른들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영화다. 졸리는 모성애를 품은 악녀 말레피센트를 연기했다. 여러 아이를 입양하고 낳기도 한 졸리의 실제 삶이 반영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섹시한 졸리는 잠시 잊고서 봐야 할 영화다. 개봉 첫날인 29일 5만6,605명이 찾았다. 주말 극장가의 다크호스임은 분명하다. 공포물 마니아라면 눈여겨볼 만한 작품인 ‘오큘러스’도 주말 극장가를 찾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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