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백혈병 잠복기보다 짧게 일했어도 산재"

백혈병 잠복기보다 짧게 근무하는 동안 발병한 백혈병도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대우조선해양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린 김모(35)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도장팀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근무 9개월만에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퇴사한 뒤 2008년 공단에 요양신청을 했다. 하지만 공단은 2010년 12월 “근무기간이 백혈병 잠복기인 2~5년보다 짧은 9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김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김씨는 공단을 상대로 2011년 1월 소송을 냈으나, 1심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의 경우 근무 과정에서 (백혈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벤젠이 포함된 시너를 사용했고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많았다”며 “방독마스크를 항상 작용하면서 작업을 했다고 보기도 어려워 상당히 많은 벤젠에 노출됐을 개연성이 높다”고 원심을 뒤집고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급성림프구성 백혈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