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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다문 입술 : 선거벽보 5,000장으로 본 시대상③

입력
2014.05.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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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까지 근엄, 무표정, 위압적인 표정

60년대 70년대
60년대 70년대

흑과 백, 증명사진 같은 구도, 근엄하거나 무표정하거나. 1980년대까지 거의 모든 국회의원, 대통령 후보의 선거벽보 사진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다. 위압적이기까지 한 후보들의 표정은 당시 분위기 상 전혀 어색한 장면이 아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카메라 앞 포즈는‘차려 자세에 무표정’이 정석이었다. 자연스럽게 웃으며‘V’자를 만들기 시작한 이후로도 오랫동안 정치인은 대중 위에 군림했고 국민은 권력을 두려워했다.

1988년 밝은 표정 등장

13대 총선(1988년) 때 밝게 웃는 후보가 등장했다.
13대 총선(1988년) 때 밝게 웃는 후보가 등장했다.

1988년 13대 총선에 이르러서야 선거벽보 속 후보들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다. 1995년 1회 전국시도지사 선거에서 컬러사진이 본격적으로 사용되었고 이듬해 치러진 15대 총선에서는 긍정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위해 지지자들을 동원한 연출사진도 등장했다.

2000년 이후

안전모를 쓴 후보. 17대 총선(2004년)
안전모를 쓴 후보. 17대 총선(2004년)

2,000년 이후 후보자의 표정은 더욱 밝고 자연스러워진다. 인물을 부각시키기 위해 단순한 배경을 정교하게 합성했는데 여당 후보들이 특히 많이 택한 배경은 태극기였다. TV 드라마 속 주인공이나 붉은악마 복장을 하기도 하고 안전모를 쓴 채 일꾼의 이미지를 강조한 후보도 있었다. 여성이나 고령 후보라면 주름은 물론 얼굴의 잡티 하나라도 감추고 싶은 법. 소위 ‘뽀샵’이라고 불리는 컴퓨터 이미지 보정 기술 발달 덕분에 나이보다 훨씬 젊고 깨끗한 후보들의 이미지가 넘치게 되었다.

2012년 총선 때 벽보
2012년 총선 때 벽보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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