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앉아서 책만 보지마세요, 떠들어도, 누워도, 됩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앉아서 책만 보지마세요, 떠들어도, 누워도, 됩니다

입력
2014.05.30 12:56
0 0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여행전문도서관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는 여행 서적을 읽는 것과 더불어 실제로 여행지에 온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트래블 라이브러리 제공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여행전문도서관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는 여행 서적을 읽는 것과 더불어 실제로 여행지에 온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트래블 라이브러리 제공

서울 강남구 학동사거리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의 여행전문도서관이 14일 문을 열었다. 지난해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디자인 전문 도서관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연 현대카드가 이번엔 여행 관련 서적 1만4,700여권을 소장한 ‘트래블 라이브러리’를 개관한 것이다. 책 전문 큐레이터들이 엄선한 책과 희귀 도서들은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가장 큰 특징이지만 단순히 책만 보고 가는 공간은 아니다.

도서관 1층 내부로 들어서면 항공 스케줄을 알리는 아날로그식 게시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보내온 데이터를 반영해 실시간으로 바뀌는 항공 스케줄은 여행 마니아들의 마음을 들썩거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도서관 곳곳에 장식된 미니어처 만국기와 대형 지구본, 천장 가득 매달린 비행기 모형들도 낯선 곳에 도착한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빽빽한 서가 한 켠으로는 전 세계 모든 도시의 지도를 모아 놓은 공간이 있는데 여기서 가고 싶은 지역을 점 찍은 뒤 2층으로 올라가면 구글어스(구글의 위성사진 서비스)를 이용해 가상으로 세계 여행을 할 수 있다. 트래블 라이브러리 관계자는 “도서관에 들르는 경험 자체가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오감을 자극하는 공간으로 꾸몄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이 변하고 있다. 책장 넘기는 소리 외엔 숨소리와 침 삼키는 소리만이 허용됐던 엄숙한 공간이 이제는 다양한 소리와 행위를 수용할 뿐 아니라 적극 권장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언니네도서관은 아이들의 말 소리, 웃음 소리, 때론 우는 소리로 가득하다. 지난해 12월 민간단체 서울여성회가 지역 주민들과 함께 문을 연 언니네도서관은 상가건물 2층에 자리잡은 40평 안팎의 작은 공간이지만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엄마와 함께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은 책에 쓰인 문장을 소리 내어 읽고, 내키면 노래를 부르거나 바닥에 눕기도 하지만 누구도 제지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다양한 독서 방식을 존중한다는 취지다. 일반 도서관이라면 따로 마련된 영유아실에서 조차 눈칫밥을 먹어야 하는 어머니들은 이곳에서 아이들의 목청에 가슴 졸이지 않고 맘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주민들이 기증한 책 4,000여권 중에는 아동도서뿐 아니라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책도 있어 중?고교생들의 출입도 잦다. 도서관 측은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닌 책 놀이터, 마을 공동체, 아이들을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피난처 같은 공간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경기 파주시 운정동의 가람도서관은 ‘보는 도서관’이 아닌 ‘듣는 도서관’을 표방한다. 3월 문을 연 가람도서관은 설계 당시부터 음악 특화 도서관으로 성격을 규정하고 300석 규모의 클래식전용관 솔가람아트홀을 함께 지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도서관에는 국내에서 출간된 음악 관련 도서를 비롯해 CD, DVD 등 비도서 자료만 8,200여점이 구비돼 있다. 모두 무료로 대출 가능하다. 도서관과 붙어 있는 솔가람아트홀에서는 클래식 공연이 1년 내내 이어진다. 도서관을 찾는 이들은 텍스트와 소리, 공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음악이라는 주제에 접근할 수 있다.

경기 안양시 안양예술공원 안에 있는 공원 도서관은 대중에게 다소 생소한 공공예술의 개념을 전파하는 허브와 같은 곳이다. 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루 시자의 첫 아시아 작품인 공원 도서관은 애초 도서관 용도로 지은 건물이 아니어서 갤러리처럼 탁 트인 구조가 인상적이다. 한 켠에 마련된 작은 서가에는 공공예술 관련 서적 2,000여권이 꽂혀 있고 다른 한쪽엔 2005년 시작된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의 아카이브를 모아놓은 자료실이 있다. 알바루 시자가 직접 그린 공원 도서관의 도면부터 일본 건축가 구마 겐고의 건축 자료, 네덜란드 건축그룹 MVRDV이 APAP 주최측과 주고 받은 이메일까지, 안양시의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전세계 유명 예술가들의 자료가 빠짐 없이 보관돼 있어 공공예술을 좀더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기존 도서관들도 소프트웨어에 변화를 주며 고루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노력 중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이례적으로 웹툰 체험전을 열고 있다. 8월 24일까지 디지털도서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올 웹툰’전은 지난 10년에 걸친 국내 웹툰의 역사를 돌아보고 관람객들에게 웹툰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전시다. 전시실 옆 체험관에서는 강풀 작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등 인기 웹툰 10편을 볼 수 있다. 전시 기간 중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의 이현민 작가, ‘닥터 프로스트’를 그린 이종범 작가 등 인기 작가들과 대화할 수 있는 토크 콘서트도 열린다. 국립중앙도서관 측은 “도서관에서 웹툰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가 열린 것은 처음”이라며 “도서관을 찾는 이들에게 미학적 신선함을 안겨주고 문화 콘텐츠로서 웹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웹툰 체험전 '올 웹툰'에서 관람객들이 직접 웹툰을 그려 보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웹툰 체험전 '올 웹툰'에서 관람객들이 직접 웹툰을 그려 보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제공
공공예술 전문 도서관을 표방하는 안양의 공원 도서관. 가운데 놓인 원형 의자는 종이로 만든 것이다.
공공예술 전문 도서관을 표방하는 안양의 공원 도서관. 가운데 놓인 원형 의자는 종이로 만든 것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