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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기춘 대원군을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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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기춘 대원군을 어쩌나'

입력
2014.05.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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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군 기술협력박람회에서 축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전날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사퇴에 따라 국정운영 구상이 흐트러진 탓인 듯 표정이 굳어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군 기술협력박람회에서 축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전날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사퇴에 따라 국정운영 구상이 흐트러진 탓인 듯 표정이 굳어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비켜가자니...

국정에 부담으로

교체하자니...

靑 기능 마비 우려

권력 2인자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세월호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 실장을 지키려 한다면 감수해야 할 국정 부담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 교체 와중에 김 실장까지 사퇴할 경우 청와대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권 내에서는 적지 않다. 박 대통령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외통수적 상황’에 몰린 격이다.

세월호 책임론에다 인사검증 실패 책임까지

세월호 정국의 키워드는 ‘책임 정치’와 ‘인적 쇄신’이다. 세월호 사고의 가장 큰 충격은 아이들을 버린 선장과 선원들의 책임 의식 부재였고 여기에 책임지지 않은 공직 사회의 무기력한 대응까지 결부되며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 전체가 책임론의 도마에 올랐다. 이는 곧 인적 쇄신의 요구로 이어졌다. 그런 만큼 인적 쇄신의 정점에 있는 김 실장만 비켜가는 것은 여러모로 책임론의 형평성과는 상충한다. 때문에 세월호 참사 초기부터 박 대통령이 김 실장을 유임시킨다면 정국을 거스르고 국정 수습책을 상쇄시키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더군다나 박 대통령이 강력한 인적 쇄신 카드로 꺼냈던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것은 김 실장의 직접적 책임이다. 안 전 후보자의 고액 수임료가 전관예우 논란을 부를 게 뻔한데도,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했거나 눈 감았기 때문이다. 안 전 후보자의 고액 수임료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은 관피아 척결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도 정작 자신도 몸 담고 있는 법조계의 적폐인 전관예우 문제는 관행으로 봤다는 얘기에 다름 없다.

박 대통령의 인적 쇄신의 첫발을 꼬이게 했을 뿐만 아니라, 김 실장의 유임 자체가 박 대통령의 인적 쇄신이나 국정 수습책을 반감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정 2인자로서의 김 실장 그늘이 워낙 크다 보니 대통령이 어떤 카드를 내놓아도 시선이 김 실장에 쏠리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안대희 카드’가 책임총리제에 대한 기대를 낳았으나 안 전 후보자의 사시 15년 선배인 김 실장의 존재로 실제 구현될지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세월호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 김기춘 비서실장이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세월호 국정조사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 김기춘 비서실장이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사퇴도 어렵고, 돌파도 어려운 상황

하지만 청와대 주변에서는 “총리 사퇴에다 국정원장과 안보실장이 경질된 마당에 김 실장까지 사퇴하면 도대체 일은 누가 하느냐”는 반응이 적지 않다. 여권에서도 “대통령으로선 당과 내각과 검찰을 아우르는 풍부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국정 전반을 꿰차고 있는 김 실장을 대체할 만한 이를 찾기 어려울 것”라는 관측이 많다.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국정 운영도 김 실장의 존재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지난해 국정원 논란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을 감싸듯이 김 실장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철희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은 가급적 정치적 논란에 비켜서며 국정에 전념하는 포지션을 취해 왔는데, 김 실장으로 인해 청와대가 정치적 공세를 전면에 받게 됐다”며 “지난해와 달리 세월호 정국에서는 마이웨이식 행보를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세월호 사고를 거치면서 내각의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과 무관치 않다. 일방통행식 또는 만기친람식이라고 비판 받는 국정 운영에서 벗어나 책임총리제 등을 통해 내각이 책임지고 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여권 내에서도 제기돼왔다. 김 실장에 대한 정치권의 사퇴 요구가 거세진 것도 지금까지 국정운영과 김 실장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당장 교체하기는 어렵겠지만, 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변화를 꾀하고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김 실장의 사퇴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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