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수색 8일째 무소식
“이런 이야길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위로해줄 사람도 없는 일반인 실종자 가족들은 더 외로워요.” 세월호 침몰 참사 45일째인 29일, 실종자 숫자는 16명에서 8일째 변동이 없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실종자 가족들 모두 지쳤지만 특히 일반인 실종자 6명의 가족은 더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
전남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지성진(47)씨는 애달픈 기다림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 여행에 들떴던 누이동생 혜진(45)씨와 조카 조지훈(12)군은 사고 7일째와 3일째 각각 시신으로 발견됐는데도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바다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매제 조충환(45)씨를 기다리느라 모자의 시신은 서울의 한 병원 안치실에 있다.
무엇보다 네 가족 중 유일하게 구조된 요셉(8)군 걱정이 크다. 요셉군은 한 달 가까이 병원에서 심리치료를 받고 지씨 집에서 할머니, 외숙모와 생활하고 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지씨의 둘째 딸(12)이 막냇동생처럼 요셉이를 보살피고 있다. 지씨는 “전학한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지만 요셉이가 가끔 엄마나 아빠, 형을 찾을 때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씨가 더 힘든 건 소외됐다는 생각 때문이다. 안산에서는 단원고 유가족들이 교대로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을 찾아 단원고 학생과 교사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일반인 실종자 가족들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어린 학생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비극에 시선이 쏠려 일반인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와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진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크다. 지씨는 “브리핑 때마다 학생 실종자 가족들의 목소리는 잘 전달되는 것 같은데, 일반인 실종자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서도 언급하지 않는 듯하다”고 말했다. 다른 일반인 실종자 가족은 “모두가 합의해야 하는 사항인데도 학부모들이 정부와 합의하고 이후 일반인 실종자 가족들에게 통보하는 일도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하염없는 기다림만 남은 지씨의 일과는 단조롭다. 오전 9시 진도군청에서 열리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회의와 오후 5시 팽목항의 수색구조상황 브리핑을 듣는 것이 전부다. 대화를 나눌 사람도 마땅히 없다. 비라도 오면 실내체육관에서 꼼짝도 못해 갑갑증은 더하다. 담배만 늘어 하루 한 갑도 모자란다. 그는 “빨리 매제를 찾아 진도를 떠나고 싶은 마음밖에 없다”며 또 담배를 꺼내 물었다.
진도=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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