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환자, 본보와 인터뷰... 소방대원 발언과 배치
소방대원 거짓말 논란에 거짓말탐지기 조사 나서
21명의 사망자를 낸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화재 당시 별관 2층 병동 입원환자 일부가 침대에 묶여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손이 결박돼 있는 환자는 없었다”는 소방당국의 당초 발표와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경찰은 29일 소방대원들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를 동원해 사건 축소 의혹 등을 조사키로 했다.
이 병원 입원환자인 이모(61)씨는 29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화재 당시(28일) 소방대원이 별관 2층 병동 출입문 밖으로 침대째 대피시켜 놓은 한 환자의 두 손이 끈으로 침대에 묶여 있어 간호사 데스크에 있는 가위로 끊었다”며 “이후 소방대원이 그 환자를 데리고 건물 밖으로 대피시켰다”고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말했다. 이씨는 3년 전 뇌졸중(중풍)으로 입원했으나 5개월여 만에 회복돼 별관 지하 1층 보일러실에서 기거하면서 건물 시설관리 보조업무를 맡고 있다.
이씨는 또 “불이 난 날 새벽 0시 25분쯤 보일러실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1층 여직원(간호사로 추정)으로부터 ‘불이 난 것 같다. 사이렌 소리가 난다. 일단 시끄러우니까 끄라’는 전화를 받고 1층 의사 방에 들어가 경보기를 껐다”고 말했다. 당직 근무자가 불이 났는데도 환자 대피에 나서기는커녕 화재경보부터 끄라고 지시한 것이어서 병원 측의 위기관리 부실 책임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씨는 이어 “이 병원에선 손이 묶여 있는 환자가 더러 있다”며 “심한 경우 환자의 손발을 모두 묶어 놓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병원 측이 환자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위한 ‘신체 억제대’를 사용해 환자를 침대에 묶어 놓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하는 등 문제행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환자 또는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신체 억제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28일 소방당국은 일부 환자들의 결박 의혹이 제기되자 “결코 그런 사실은 없다”고 부인했었다. 경찰은 29일 유족들이 결박 흔적이 남아 있는 사망자들의 손목과 발목 사진을 공개하며 거짓말 논란이 일자 소방대원들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하기로 하는 한편 시신 부검도 진행 중이다.
한편 장성경찰서는 이날 오후 방화 용의자 김모(81)씨에 대해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앞서 오전 7시부터 10시간 가량 진행된 병원 압수수색에서 환자 진료기록 등 의료관련 자료와 소방관련 자료, 각종 회계자료,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10박스 분량의 압수물 분석을 통해 사고 진상 규명과 병원 운영비리 여부까지 광범위한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장성=안경호기자 khan@hk.co.kr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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