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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한 달 넘도록 집행액 '0'

입력
2014.05.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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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현물 지급' 규정 탓

"돈 달라"는 美와 줄다리기

정부가 지난달 16일 미국과의 방위비분담금협정을 비준하고도 정작 미측에 돈을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정부는 앞서 분담금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주한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임금지급 등을 이유로 조속한 비준안 통과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후 분담금을 지급하기 위한 미측과의 협상에서 이견이 불거지면서 올해 9,200억원에 달하는 분담금은 전혀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가 새정치민주연합 박주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미국과의 방위비분담금협정 이행약정을 아직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행약정은 분담금을 집행하기 위한 후속 절차로, 과거 8차례의 분담금 협정에서 한 달이 넘도록 이행약정이 체결되지 못한 경우는 없다.

정부는 지난달 분담금 비준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주한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강제무급휴가 발동 및 주한미군 전투력 약화 ▦군사, 건설분야 신규사업 발주 불가에 따른 이월액 대폭 증가 ▦군수, 건설사업 부진으로 우리 중소기업들의 조업 중단 우려가 있다면서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이처럼 집행이 늦어지는 건 방위비분담금의 88%를 현물로 미측에 지원해야 한다고 국회가 부대의견을 달았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향후 예산결산에 대비해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미측은 전례가 없다며 버티고 있다. 제한없이 그냥 달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 내에서도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협상 당사자인 외교부는 “분담금 집행은 국방부 소관”이라며 발을 빼는 형국이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어이가 없다”며 한숨만 쉬었다. 결국 향후 5년간 5조원에 달하는 분담금 지급안이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했지만, 미측은 “빨리 달라”고 재촉하고 우리측은 “규정에 맞춰야 한다”고 시간을 끄는 애매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박 의원은 “정부가 분담금 비준안의 국회 통과를 졸라대며 조급증을 보인 것은 결국 국회와 국민을 기만한 쇼라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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