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지난 27일 밤 세월호 유가족 70여명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밤을 지새웠다.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계획서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증인’을 명시하자고 한 요구에 새누리당이 전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여야에 즉시 국조특위를 가동해 진상규명에 나서고, 여야가 주장하는 모든 조사대상 증인과 자료를 공개하고, 성역 없는 국조에 임할 것 등 4가지 사항을 요구하였다.
이처럼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가 논리정연한 어조로 정치권과 언론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대책위 내에서 상주하다시피 하고 있는 공익변호사들의 역할이 크다. 공익변호사들 몇몇은 한 달 넘게 진도와 안산에 상주하면서 유가족대책위를 다각도로 지원하고 그들의 슬픔을 위로하며, 그들 곁을 지켜왔다. 이들은 지난 27일 밤에도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국회에서 밤을 지새웠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동고동락하며 필요로 하는 자문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유가족들의 사회에 대한 분노와 원망도 고스란히 받아 안고 있다.
이들 공익변호사가 세월호 참사 일에 온전히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공익활동을 전업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공익변호사’는 공익단체에 소속되어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소속단체로부터 일정한 보수를 받으면서 비영리로 공익활동을 전담한다는 점에서 자신의 변호사 활동 중 일부분을 프로보노 성격으로 봉사하는 변호사와 차이가 있다.
공익변호사들은 장애인과 난민, 노숙자, 인신매매 피해자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과 소비자ㆍ환경ㆍ노동ㆍ교육ㆍ동물권 등 공익적 사안들에 대한 법률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서민들을 위한 법률구조, 국선변호 전담, 시민 법률상담 등 법률 문턱을 낮추고 시민들의 사법접근권을 보장하는 데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법률자문과 상담, 공익소송, 법률교육을 넘어서서 입법개선활동과 실태조사, 정책연구 활동 등으로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여러 대형로펌들이 로펌 산하에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공익 전담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다. 로펌의 공익전담 변호사는 해당 로펌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조율하고, 공익단체와 네트워크를 맺으며 로펌의 공익활동을 주도해가고 있다.
2005년 이후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2013년 기준으로 등록변호사 수는 1만6,000여 명에 달하고 있으나, 공익 전담 변호사들의 수는 공공 영역인 법률구조공단과 국선 전담 변호사, 법률홈닥터, 민간 영역의 공익변호사단체, 공익단체 상근ㆍ로펌 공익전담 등을 합쳐도 200여명을 넘지 못한다.
서초동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는 지난 5월에 공익변호사단체들 주체로 3주에 걸쳐 공익변호사 양성을 위한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 공익변호사에 관심 있고, 공익변호사를 지망하는 학부생과 로스쿨 재학생? 사법연수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익변호사들의 경험과 현장 고민을 나누고, 공익변호사 양성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문제는 결국 공익변호사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디에선가 재정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익변호사들은 지금도 염전노예 피해자들을 위하여 법률대응을 하고, 성폭력 피해 아동과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지원하며, 노숙자들의 피해를 구제하고, 반도체 공장 피해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정부는 적은 예산으로도 장애인 학대와 아동학대, 노인학대, 가정폭력, 성폭력 피해자 등을 지원하는 공익변호사를 채용하여 커다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각 지방변호사회는 공익변호사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공익인권을 옹호하여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변호사단체의 사명에 보다 충실할 수 있다. 로펌은 회사 내에 공익전담변호사를 채용하여 로펌의 공익활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으며, 그 외 공익변호사들에 대한 재정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꾀하는 공익변호사 양성에 사회 구성원들이 관심을 기울여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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