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에 약속한 ‘국가 개조’의 첫 카드가 어이없이 찢겼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는 개인적 이미지의 실추는 물론 박 대통령과 청와대 보좌진의 무능과 생각 짧음을 여지없이 드러낸 참사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정홍원 총리의 후임 인선은 세월호 참사로 무성해진 정부 비판 여론을 희석시키고 국민적 낙담을 추스를 절호의 기회였다. 기회를 헛되이 흘려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국민적 실망을 더했으니, 청와대의 반성과 인사 스타일의 변화를 위한 결단이 어느 때보다 크게 요구된다.
따지고 보면 청와대의 안 후보자 인선은 세월호 참사 이후의 사회적 각성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이었다. 대형참사를 부른 기존 관행을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고, 돌다리도 두드려 건넌다는 안전위주 의식을 어떻게든 정착시키자는 사회적 합의가 떠오르기 시작한 참이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인선을 서두르느라 안이한 검증에 머물렀다. 하루 이틀 사이 언론이 열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집어낸 문제들을 가벼이 여긴 게 단순히 검증의 기술적 허점 때문이라면 차라리 낫다. 정권 출범 초기에 겪은 여러 차례 인사파문의 전철을 밟은 데다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했을 이번 총리 인선조차 이토록 안이하게 대응한 것은 청와대 인사스타일의 구조적 문제를 일깨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박 대통령의 ‘명부(名簿)’의 존재와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보좌진의 추종 자세를 우선 떠올리게 된다. 국회 국정조사 증인 출석을 피할 수 없게 된 김 실장의 거취 표명이나 경질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여론의 눈밖에 난 인사스타일을 반성하고 변화를 결단해야만 이번과 같은 도중 하차의 재연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안대희 카드’를 국민 앞에 내밀며 강조했던 국가개조의 실천이 가능한 ‘책임총리’ 약속을 거듭 확인해야 한다. 책임총리의 실현이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뜻에 달렸다는 점에서 그런 결단은 현재의 만기친람(萬機親覽) 식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와 병행할 수밖에 없다. 이번만큼은 박수를 받으며 등장할 책임총리를 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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