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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구조설계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입력
2014.05.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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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주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부회장ㆍ㈜바로건설기술 공동 대표이사

아산오피스텔 붕괴,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그리고 세월호까지. 건물붕괴와 인명 사고가 잇달아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부실한 안전을 지켜보는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꽃다운 젊은이들의 희생이기에 비슷한 또래의 자식을 가진 엄마로서 마음이 더욱 아프다.

올해는 성수대교가 붕괴된 지 20년, 5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지 19년이 되는 해이다. 1995년 6월 29일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공포 그 자체였다. 건물이 완전 붕괴되면서 대한민국 건국 이래 가장 큰 인명피해를 낳은 사고로 기록되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왜 대한민국에선 건물 붕괴가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일련의 건물 붕괴사고는 대부분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총체적인 부실로 야기된 참사였다. 건축구조 전문가 입장에서 볼 때 근본적인 원인은 건축물 구조안전에 대한 건축주, 시공사, 설계자, 행정기관의 인식 부족과 법 제도 시스템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설계에는 건축설계와 구조설계, 2가지 부류가 있다. 건축설계는 건물의 용도와 입지 조건에 맞게 디자인을 하는 부분이고 대부분 건축사가 주도하여 설계한다. 구조설계는 건축물의 뼈대인 골조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링 파트로 건축구조기술사가 구조설계를 해야 한다. 건축설계와 구조설계가 확연히 다른 분야임에도 구조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건축구조기술사가 건축설계의 협력업체로만 참여하도록 건축법이 되어 있다. 5층 이하인 건축물이나 기둥과 기둥 사이의 거리가 30m 미만인 건축물은 건축구조기술사의 협력 없이 건축사가 설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건축법에서 정하는 협력이란 무슨 의미인가? 책임과 권한이 확실히 있는 것인가? 구조안전에 대한 건축구조기술사의 역할이나 책임이 제도적으로 애매한 것이다.

최근에 구조 관련 안전강화를 위해 국토교통부에서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통해 층수가 30층 이상이거나 높이 120m 이상인 고층건물에서는 건축구조기술사가 구조설계 한 대로 시공이 이루어지는지 확인하는 구조감리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 미만의 건물에서는 아직도 제도적으로 구조감리를 해야 할 의무는 없는 것이다.

최근 아산 오피스텔 붕괴사고에서도 보듯 평범한 건축물에도 구조안전의 중요성은 분명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작은 규모의 건물이라도 건축주 입장에서는 큰 투자일 것이고, 그렇다면 건축구조기술사의 전문적인 구조설계뿐 아니라 골조공사가 이루어지는 동안 건축구조기술사의 구조감리가 필수적이어야 한다.

건설 구조안전의 첫걸음은 전문가인 건축구조기술사들이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그 권한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과 제도적인 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일반인인 건축주는 구조설계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건물의 안전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인지 인지하기 어렵다. 대학에서도 건축학과와 건축공학이 분리되어 건축학과에서는 디자인 수업을 위주로 해 건축학과를 졸업한 건축사가 건물골조를 공학적으로 안전하게 지탱할 수 있게 구조설계를 할 수가 없다.

감기에 걸려서 조금만 아파도 우리는 병원에 간다. 대부분 감기는 시간이 지나면 치유되는 가벼운 병이지만 혹시나 큰 병으로 도지지 않을까 걱정되어 의사를 찾게 된다. 하물며 건물은 한번 지어지면 짧게는 20~30년, 길게는 50년, 100년 이상 그 수명을 다한다. 대부분 건축주는 모든 재산을 투자해 건물을 짓는데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을 아깝다고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몰라서 못하는 것이지 알면 당연히 그 길을 가지 않을 리 없다.

제도적으로 건축설계는 건축사에게, 구조설계는 건축구조기술사에게 책임지게 해야 한다. 건축물 안전에 비전문가인 건축사가 구조안전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게 되어 있는 현행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건축구조기술사가 건물의 안전을 책임지게 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안전한 나라가 돼야 한다.

내 아이들만큼은 안전한 대한민국에서 살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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