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리모의 처절한 복수 그린 '막장 코드' 자극적 소재지만 끝까지 보고 판단" 소신 발언
中서도 드라마·예능으로 인기 제작발표회에 中 취재진 몰려
또다시 ‘막장’이다. KBS는 2TV 일일극 ‘천상여자’ 후속으로 ‘뻐꾸기 둥지’를 내놓았다. 그것도 ‘인어아가씨’(MBC)와 ‘아내의 유혹’(SBS)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활약한 배우 장서희(43)를 내세우면서.
치정으로 얽힌 연인, 자궁경부암으로 불임된 며느리에게 시어머니의 이혼강요, 대리모, 정략 결혼 등 드라마는 각종 ‘막장 코드’를 갖췄고, 여기에 사기, 협박, 감금, 납치, 살인 등이 가지를 쳐 자극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전작 ‘루비반지’와 ‘천상여자’가 그랬다. ‘보지 않아도 뻔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가시질 않는다. 고영탁 KBS 드라마국장조차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서사가 강한 드라마”라며 “이야기가 센 내용”이라고 실토했을 정도다.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장서희 때문이다. 시청자로서는 4년 만에 국내 드라마에 복귀하는 그를 볼 수 있고, KBS로서는 그의 중국 내 인기를 등에 업고 중국 진출 기대가 묻어난다.
29일 서울 장충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뻐꾸기 둥지’ 제작발표회에서 장서희는 이런 논란과 기대에 적잖이 신경 쓰는 눈치다. “또 다시 막장 드라마로 복귀하는 것 같다”는 돌직구 질문에 장서희는 “많은 분이 이번 작품이 센 드라마이고 전작과 비슷하다고 하지만 막장 표현이 있지만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장도 이제는 드라마의 한 장르가 됐다”며 “이왕이면 ‘막장 드라마’가 아닌 ‘센 내용의 드라마’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뻐꾸기 둥지’는 오빠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여자의 대리모가 돼 처절한 복수를 꿈꾸는 여인(이채영 분)과 자신의 인생과 아이를 지키려고 분투하는 여인(장서희 분) 간의 갈등을 그린다. 스토리와 역할에서 짐작할 수 있듯 장서희가 그 동안 보여준 모습에서 많이 벗어나진 않지만, 드라마에 거는 기대는 커 보였다.
“‘장서희가 또 복수를 하는구나’하는 고정관념을 깨려고 이 드라마를 택했어요. ‘복수의 아이콘’의 이미지를 좀 내려놓고 싶죠. 막장 드라마라고 하지만 배우는 어떤 역할이든지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착한 드라마인지 나쁜 드라마인지를 떠나 제 역할을 잘 파악해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장서희는 지난 4년간 중국에서 드라마 ‘수당영웅’과 ‘림사부재수이’을 비롯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인어아가씨’, ‘아내의 유혹’이 중국에서 연이어 히트하면서 중국 진출에 힘을 받았다. 실제로 이날 제작발표회에도 중국매체들이 취재에 나섰다. 장서희는 “두 드라마의 연속적인 인기로 중국에 진출했지만 ‘단타성’ 밖에 안 되더라”면서 “그 인기로 잠깐 국빈대접이나 여왕대우로 많은 사람이 알아봐주는 건 좋았지만 철저히 현지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중국 현지 경험을 털어놓았다. 장서희는 현재 중국 기획사와 계약해 활동 중이다. 장서희는 중국과 한국 드라마 촬영 시스템에 대해선 “중국이나 대만 드라마 쪽도 한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우리나라처럼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고 생방송처럼 촬영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고도 했다.
장서희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왕성히 활동하는 40대 대표 여배우임에 틀림없다. 극중 남편으로 출연하는 배우 황동주도 “장서희 선배에게 묻어서 중국에도 진출하고 싶다”는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놨을 정도다.
장서희가 중국인들에게 인기를 이어가려면 ‘인어아가씨’, ‘아내의 유혹’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급선무다. 그는 “‘뻐꾸기 둥지’를 선택한 이유는 가족 간 사랑, 화합, 모성애 등의 이야기를 전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라며 “전보다 더 성숙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드라마를 다보고 막장인지를 판단해달라”는 ‘뻐꾸기 둥지’의 곽기원 PD와 장서희의 말처럼 뻔한 막장드라마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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