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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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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신화

입력
2014.05.2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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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끼리끼리 만난다. 비슷한 부류끼리 친구가 되고 동업을 하고 부부가 된다. 그것은 만고불변의 법칙인 듯하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을 만나고 부자는 부자를 만난다.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사실 중에 하나는 돈과 권력을 가진 남자들이 미녀를 차지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늘씬한 미녀들은 돈이 많고 권력이 많은 남자들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과 관계 맺는 형식이 너무나 뻔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개인과 개인 사이에 신화가 존재할 확률은 갈수록 희박해진다. 평강공주 같은 여자, 애니매이션 영화 ‘미녀와 야수’의 미녀 같은 존재들을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핀업걸(Pin-up Girl)이라는 단어가 있다. 말 그대로 벽에 핀으로 사진을 꽂아둘 만큼 매력적인 여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팔등신의 슈퍼모델이나 관능미 넘치는 여배우, 걸그룹 출신 아이돌스타가 그에 해당한다. 나는 이런 상상을 해본다. 어떤 슈퍼모델이, 혹은 여배우가, 혹은 아이돌스타가 늘 그러하듯이 의사나 판사, 대기업 2세나 3세와 사랑에 빠지지 않고 피로하고 지친 부두노동자와 사랑에 빠졌다는 신문기사를 보는 것을. 그럴 수만 있다면 그녀는 핀업걸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문화적 위계나 상징을 가질 수도 있을 텐데. 그런데 그건 내가 인간의 미래를 긍정하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씁쓸하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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