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이틀이 지났는데, 유족들에겐 설명 한마디 없습니다. 계속 설명이 없을 경우 청와대로 직행하겠습니다.”
전남 장성군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의 화재로 피붙이를 잃은 유족 60여명은 장성 홍길동체육관 합동분향소에서 병원과 장성군의 사고 대처에 분노를 표시했다. 29일 오후 1시 김정현(45) 유족사고대책위원회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기관이 80대 치매 환자의 방화로 몰아가고 있는데, 이번 사고는 병원 측이 소방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일어난 화재”라며 합동수사본부장이 수사상황을 브리핑해 줄 것을 요청했다.
병원 측의 사과도 요구했다. 김씨는 “병원 이사장은 언론에 대고 사과를 했지만 정작 유족들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이사장의 공식적인 사과가 있어야 장례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고 수습을 맡은 장성군청은 장성군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유가족들에게 식사를 제공했지만 비용을 대는 곳이 효사랑병원이라는 것이 밝혀져 유족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유족 박모(43)씨는 “가해자가 제공하는 밥을 우리에게 먹으라는 거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군청 관계자는 “식사는 각자 해결하는 것이 맞지만 유족들의 편의를 위해 군청에서 제공하기로 했고, 군청이 병원에 요청해 병원에서 식사 비용을 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군청 복지과가 식사를 제공하기로 결정한 뒤인 오후 2시쯤에야 유족들은 식사를 시작했다.
노규호 장성경찰서장은 오후 4시쯤 합동분향소를 찾아 “상대가 있는 수사라 증거자료 인멸이나 도주 우려로 수사 과정을 상세히 말할 순 없지만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도록 신속보다는 정확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이사문 이사장은 이날 오후 6시쯤 뒤늦게 합동분향소를 찾아 무릎 꿇고 용서를 구했지만 유족들은 “잘못을 시인하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 이 이사장의 태도에 '진심 없는 사과'라고 반발했다.
장성=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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