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재심서 무죄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사건으로 고문을 당하고 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고 김근태 전 의원이 재심을 통해 28년 만에 명예를 회복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김용빈)는 29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 전 의원에 대한 재심에서 국보법 위반 혐의는 무죄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면소(免訴) 판결을 내렸다. 면소란 형사소송에서 소송을 계속 진행하기 위한 조건이 결여된 경우 기소를 면제하는 것을 말한다.
김 전 의원은 1965년 대학 입학 후 학생운동에 뛰어들어 71년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으로 2년간 수배를 받는 등 20여년 간 민주화운동의 중심에서 활동했다. 그는 85년 9월 민청련을 결성했다는 이유로 서울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기술자 이근안 등으로부터 전기고문, 물고문을 당한 끝에 국보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이듬해 징역 5년과 자격정지 5년을 확정 받았다.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던 그는 파킨슨병을 얻었고 2011년 12월 말 세상을 떠났다. 부인인 인재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012년 10월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이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11차례 고문을 당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김 전 의원의 혐의를 진술한 사람들 역시 수사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강요 받았을 가능성이 있어 증거로 삼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김 의원이 소지했던 ‘자본주의의 과거와 현재’라는 책자도 국가 자유민주질서를 해하는 이적표현물로 보기 어렵다”며 “집시법 위반 혐의는 89년 법률이 개정돼 형이 폐지됐으므로 면소 판결한다”고 설명했다.
인 의원은 선고 직후 “재판부가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며 “면소 판결이 아쉽긴 하지만 진실의 승리,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본다”고 담담히 소회를 밝혔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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