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블루스 리바이벌', 개명 과거곡으로 17년 만에 앨범도
국내 대표적 블루스 밴드인 ‘신촌블루스’가 젊은 피를 수혈해 6인조 그룹으로 새 출발한다. 새 옷으로 갈아입은 만큼 이름도 ‘신촌블루스 리바이벌’로 바꿨다. 과거 신촌블루스와 연결 고리를 끊지 않되 새로운 밴드로 시작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신촌블루스는 1986년 엄인호와 이정선이 결성해 김현식 한영애 정경화 이은미 같은 보컬리스트를 배출했다.
28일 서울 합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신촌블루스 원년 멤버 엄인호(62)는 “10년 전쯤 진절머리가 나서 밴드를 해체했는데 가끔 음악축제 같은 데 나가면 꼭 ‘엄인호’가 아닌 ‘신촌블루스’라고 적어놓더라”라며 “굳이 그 이름을 없앨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계속 쓰고 있지만 새 멤버가 들어왔으니 전과는 다른 밴드라는 뜻으로 리바이벌을 덧붙였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5일 신촌블루스 리바이벌이라는 이름을 내건 앨범도 낸다. 신촌블루스 정규 5집 ‘신촌블루스 콜렉션’(1997)이 나온 지 17년 만이다. 정규 5집처럼 이번 앨범에도 신곡이 많진 않다. ‘골목길’ ‘환상’ ‘거리에 서서’ 등 과거 곡들의 리메이크가 주를 이룬다. “새 밴드가 다 꾸려지기 전에 만든 과도기적인 앨범입니다. 그땐 여성 보컬인 재니스만 있었죠. 실험 삼아 몇 곡을 녹음해 놓고 버려뒀는데 멤버가 다 모이면서 2곡 정도를 새로 넣어 마무리한 겁니다. 깔끔한 스튜디오 사운드가 아닌 거친 라이브 사운드를 담았어요. 과거 신촌블루스 앨범의 가요 사운드를 싫어하거든요. 팀이 완성됐으니 이제 곧 새 앨범 만들러 녹음에 들어가야죠.”
이날 자리에는 기타리스트 김종민, 보컬리스트 재니스와 김상우가 함께했다. 베이시스트 이정민과 드러머 김준우는 다른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 김종민은 10여 년 전 신촌블루스의 멤버였으나 밴드 해체 후 재즈 밴드 천체망원경에서 활동했다. “블루스가 좋아 음악을 시작했는데 국내에서 블루스는 인디 중의 인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대중음악의 뿌리가 되는 이런 음악을 알리고픈 마음이 있어요. 신촌블루스가 다시 한번 도약했으면 합니다.”
재니스와 김상우는 과거 한영애 김현식의 영광을 떠올릴 만큼 재능이 출중하다. 7년 전부터 엄인호와 호흡을 맞춰 온 재니스는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선배들과 비교돼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올해 합류한 막내 김상우는 “과거 신촌블루스의 음악을 카피하는 게 아니라 나만의 해석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촌블루스 리바이벌은 앨범 발매에 앞서 30, 31일 이틀간 서울 CGV신촌아트레온 무빙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하고 이후 금요일마다 같은 장소에서 ‘신촌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정기공연을 연다. 신촌블루스뿐만 아니라 신촌ㆍ홍대 일대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음악가가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유흥 문화에 잠식된 신촌 문화를 되살리고자 하는 뜻이 담긴 프로젝트다. “신촌이 다시 문화의 거리로 탈바꿈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신촌에 다시 터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제대로 된 공연을 계속 하면서 신촌을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엄인호)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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