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타계한 미국 작가 마야 안젤로가 세상을 뜨기 닷새 전 마지막 글을 남긴 곳은 트위터였다. “너 자신에 귀 기울여라, 그러면 그 고요함 속에서 신의 목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 유언과 다름없는 이 짤막한 문장은 여덟 살 때 성폭행을 당하고 열여섯 살에 미혼모가 된 역경을 헤치고 존경 받는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시인, 배우, 교수로 인생을 꽃피운 그의 인생의 정수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편화되면서 대중들은 빼어난 작가들의 명문을 손쉽게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소설가 이외수(트위터 팔로워 173만명), 공지영(73만명) 등 많은 작가들이 SNS상에서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영어권 작가의 경우 언어 사용인구가 많아 세계 각지에서 폭넓은 주목을 받게 되는데 소설, 시나리오, 그래픽노블 등 전방위적 활동을 펼치는 영국 작가 닐 가이먼(팔로워 198만명)이나 캐나다 대표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49만명) 등이 대표적 사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위터에서 눈부신 작가 10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위터리언(트위터 사용자)이 꼭 구독할 만한 영어권 작가 10명의 트위터 계정을 소개했다. 이 중엔 브라질 출신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파울로 코엘료(@paulocoelho), 70대 중반의 나이에도 꾸준히 문제작을 발표하고 있는 미국 소설가 조이스 캐롤 오츠(@JoyceCarolOates), ‘일상의 철학자’라는 애칭을 가진 스위스 출신 작가 알랭 드 보통(@alaindebotton)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가가 포함됐다. 팔로워가 1,000만명에 육박하는 코엘료에 대해 가디언은 “옛 느낌을 살린 사진, 축구에서부터 철학자들의 경구에 이르는 폭넓은 소재의 글, 문학계에 대한 뉴스”를 인기 비결로 꼽았다. 오츠의 트위터 계정은 “현안에 대한 시의적절한 논평, 주목할 만한 발언과 정치적 견해의 정수를 뽑아내는 능력”, 드 보통은 “진지함과 가벼움을 넘나드는, 그러면서도 늘 흥미로운 트윗”이 가디언이 꼽은 강점이다.
가디언이 “그의 소설만큼이나 재밌는 트위터리언”이라며 첫손에 꼽은 작가는 옛 소련 출신의 미국 작가 게리 슈테인가르트. 여덟 살 때 미국으로 이민해 옛 소련 공화국을 무대로 한 풍자소설로 명성을 얻은 작가로, 뉴욕타임스가 2006년 ‘올해의 10대 소설’로 꼽았던 두 번째 소설 망할 놈의 나라 압수르디스탄은 한국에도 번역돼 있다. 여행 전문잡지에서 고정 기고자로 활동할 만큼 여행 마니아인 그는 여행지에서 찍은 셀피_최근에는 호주에서 코알라와 입 맞추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_로 팔로워들을 매혹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태생의 미국 작가이자 예술사가, 사진작가인 테주 콜도 가디언이 강력 추천하는 트위터리언이다. “콜은 트위터의 달인이다. 그의 계정에는 기지 넘치는 의견, 아름다운 시구, 대중문화에 대한 언급, 멋진 사진이 어우러져 있다.”
영국의 시인 겸 소설가 조 던손, 영국 소설가이자 영화배우 재키 콜린스, 미국 신예 작가 슬로언 크로슬리, 영화 ‘트레인스포팅’의 원작자로 유명한 영국 소설가 어빈 웰시, 미국 작가 어거스틴 버로우스도 가디언이 선정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40자에 세계를 꾹꾹 눌러 담고 촌철살인의 유머를 선보이는 일급 작가들의 트위터는 설령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언어로 빚은 마술을 보는 쾌감을 선사할 듯싶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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