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방화셔터 등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그러나 이 시설들은 불과 두 달 전 소방시설 점검을 통과한 것으로 드러나 민간업체에 맡기는 점검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산소방서 관계자는 28일 오후 경기 고양시 동국대일산병원에서 열린 유가족 대상 설명회에서 “지하 1층 발화지점 스프링클러, 지하 1층 방화셔터 전부와 지상층 방화셔터 일부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검찰과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1차 현장감식 결과다. 경찰은 추가 감식을 통해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은 이유와 가스 밸브를 잠갔는데도 밸브 용접 중 화재가 발생한 원인 등을 밝힐 방침이다.
이처럼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는데도 고양터미널이 일산소방서에 보고한 ‘3월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 자료에는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자체점검을 위탁받은 민간업체는 ‘화재감지기 미설치 3곳’ 등 4건만 지적했다.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상 스프링클러 등이 설치된 연면적 5,000㎡ 이상 건물은 연 1회 이상인 정밀점검을 자체점검으로 대신할 수 있다. 소방당국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직접 점검한다. 일산소방서 관계자는 “관내 건물 수천 개를 다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반기에 한 번씩 샘플을 정해 점검한다”고 말했다.
소방방재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체점검은 점검업체를 시설주가 선택할 수 있어 부실 점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도가 이달 8일부터 1주일간 자체점검을 끝낸 시설 75곳을 확인한 결과 11곳에서 스프링클러와 화재감지기 등 기본적 설비조차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제진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국민 부담을 줄이고 소방관과 건물주의 유착을 막기 위해 자체점검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화재 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다중이용시설은 소방당국이 직접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고양=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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