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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KB경영진 계좌 추적... 출구 '시계 제로'

입력
2014.05.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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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8일 서울 중구 KB금융그룹 본사에서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KB국민은행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8일 서울 중구 KB금융그룹 본사에서 임영록 KB금융그룹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농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전환을 놓고 촉발된 ‘KB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경영진들에 대한 계좌추적까지 나서는 등 강도 높은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사 결과에 따라 대립하고 있는 어느 한쪽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내홍의 중심에 선 국민은행 경영진은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다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입장 차가 커 조기 해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KB지주와 국민은행 수뇌부의 계좌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계좌추적 대상은 임영록 KB금융 회장을 포함해 이건호 국민은행장,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위원, 국민은행 사외이사 6명 전원 등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와 은행 수뇌부의 계좌를 일괄적으로 조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전환과 관련 리베이트 설이 파다하자 금융당국이 이를 확인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감사팀이 작성한 감사보고서에는 IBM의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주와 컨설팅 업체의 결탁이 의심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과 정 감사가 앞서 19일과 23일 두 차례의 이사회에서 “전환 결정 과정에서 심각한 하자” “중대한 잘못” 등으로 강조한 것도 리베이트와 연관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의 내부 감사가 IBM코리아 대표로부터 받은 이메일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지주 측은 역으로 “이 행장과 정 감사가 IBM 메인시스템을 고수하려는 것 의심 가는 대목”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이들의 계좌도 함께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중인 사안이라 공개할 수 없으나 국민은행 사태와 관련해 리베이트 의혹을 포함해 모든 걸 이번 특검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커지자 국민은행은 지난 23일 긴급 이사회를 열었으나 사외이사들과 이행장 및 정 감사 사이에 입장 차이가 커 뚜렷한 결과를 내지 못했고 30일 이사회를 다시 개최키로 했다. 이 행장 측은 예정된 이사회에서 금감원의 특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닉스 시스템 도입을 위한 업체 선정 중단과 내년 7월까지인 IBM 메인프레임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특검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사회에서 감사보고서를 채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현실적으로 전산시스템 전환을 할 수 없는 만큼 관련 절차를 중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는 사실상 이사회가 감사보고서를 채택하는 것과 같은 결과란 점에서 그간 이행장과 대립해왔던 사외이사들이 받아들일지 회의적이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내놓을 다른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행장 측의 요구를 조건부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23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은 진상조사위원회를 요구했다가 금감원이 특검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하자 이를 접은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임영록 지주 회장이 30일 이사회에서 해결하라고 지시한 만큼 사외이사들도 봉합하려는 노력은 할 것”이라며 “금감원에서 전환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행장과 감사에게 강력한 책임을 묻겠다는 전제를 다는 걸로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감원 특검 결과 이후에도 지주와 은행 양측 간에 사퇴 공방이 이어질 것이란 의미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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