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에 첨단 미사일방어(MD)체계를 직접 배치할 계획을 검토 중이며, 이를 위해 한국 내 MD시설 건립을 위한 부지조사까지 마쳤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국방부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에 배치할 계획인 MD체계는 고공권역 방어미사일인 THAAD”라며 “다만 최종 배치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은 THAAD를 한국에 일시 배치한 뒤 한국군이 이를 구매해 운용토록 하는 방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HAAD는 적의 미사일을 40~100km 상공에서 요격하는 무기체계이며, 1개 포대 설치에 9,500만달러의 비용이 든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 이후 미국령 괌에 THAAD를 설치 운용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THAAD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은 사실상 한국이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MD체계에 편입되는 것을 의미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WSJ도 “한국에 대한 미국의 MD체계 배치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일본의 MD체계와 보다 완전하게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 인사들은 미국 정부가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샹그릴라대화(아시아안보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새로운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샹그릴라대화에는 한국, 미국의 국방장관은 물론 THAAD를 제작하는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 고위 인사들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소식통들은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이 한국 정부에 MD 편입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한반도 종심이 짧기 때문에 중장거리 미사일방어 시스템이 필요 없으며, 따라서 미국, 일본 중심의 MD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한국군은 이에 따라 미국MD체계와 별개로 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하층 방어용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축해왔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한국에 MD를 배치하는 것은 지역의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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