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3년 지속된 테러와의 전쟁 종식을 공식 선언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리더십을 위한 ‘신(新)개입주의’ 외교 전략을 공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8일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집권 2기 외교전략인 신개입주의 정책을 제시했다. 그 동안 비판 받아온 소극적 개입주의에서 한발 더 나아간 신개입주의는 고립주의와 무력을 앞세운 일방적 개입주의에 반대하는 정책이다.
오바마는 신개입주의의 핵심 내용인 군사력 사용과 관련, 미국의 핵심적 이익이 걸린 사안은 직접 개입하되 그렇지 않은 국제적 위협에 대해선 미국 단독이 아닌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집단적 조치를 취할 것이란 원칙을 천명했다. 오바마는 군사력이 동원될 핵심이익에 대해 미국민이 위협받거나, 미국 이웃이 위험에 처하거나, 동맹국의 안보가 위협당할 때라고 제시했다. 특히 미국인 보호 및 영토수호와 관련해선 국제여론을 고려하지 않고 군사력을 사용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또 미국에 직접적 위협은 아니지만 국제사회를 위험한 방향으로 가도록 하고, 미국의 양심에 위배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경우 미국은 혼자가 아닌 동맹국, 동반자국가들과 집단적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취할 집단적 조치로는 외교와 협력, 규제와 고립, 국제법 적용, 다면적인 군사조치 등이 거론됐다.
미 언론은 이 같은 신개입주의가 ▦미국이 구축한 세계질서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처 ▦국제사회 민주주의 가치 확대 ▦주요 테러 세력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 골자라고 분석했다. 6월 4,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동유럽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이에 앞서 오바마는 전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집중된 과거 외교 정책의 페이지를 넘길 때”라며 올해 말 아프간 전투 종료를 발표했다. 이로써 2001년 9ㆍ11사태 이후 시작된 테러와 전쟁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오바마는 현지 주둔 미군 3만2,000명을 올해 연말까지 9,800명으로 감축한다고 밝혔다. 남은 병력도 오바마 임기 종료 20일 전인 2016년 12월 31일까지 전원 철수키로 했다. 이후 아프간에는 대사관 경비, 아프간 군사구매 및 안보문제를 지원할 최소한 병력만 남게 된다. 오바마는 향후 2년간 미군이 잔류해도 내년부터 전투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고 밝혀 테러와 전쟁은 올해 종료될 것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테러와의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테러 세력과의 싸움은 지역을 달리해 계속된다. 오바마는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전투부대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새로운 테러 위협에 맞설 군사력을 보강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프간 잔류 미군들도 중요 대테러 작전에는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오바마는 이런 점을 감안해 “우리는 전쟁을 시작하는 것보다 종식시키는 게 훨씬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군의 요구를 수용해 아프간 주둔 미군 약 1만 명을 2014년 이후까지 주둔토록 한 대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철군 일정을 공식화한 것이 아프간을 제2의 이라크로 만들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라크에선 2011년 미군 철군 이후 종파 간 폭력과 정정 불안으로 한동안 내전 상태가 이어졌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