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용접을 하던 분이 용접 사고로 난 화재 때문에 돌아가시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지난 26일 발생한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는 용접 작업 중 튄 불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사고로 숨진 8명에는 전직 용접공 A(65)씨도 포함돼 있다.
28일 고양시 동국대일산병원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A씨의 조카 서모(38ㆍ여)씨는 황망함을 전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A씨는 10년 넘게 울산의 한 중공업 회사에서 선박 용접을 하다 최근 정년 퇴직했다고 서씨는 전했다.
독신으로 울산에 살던 A씨는 며칠 전 서씨 모녀와 난생처음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는 25일 여행에서 돌아와 고양시의 누나 집에서 하루 밤을 묵은 뒤 사고 당일 울산행 버스를 타기 위해 고양터미널에 갔다. 어머니와 함께 외삼촌을 배웅했던 서씨는 “여행 다녀오는 내내 참 좋아하셨는데, 여행의 끝이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독한 연기는 순식간에 들이닥쳤다. 2층 대합실에서 함께 버스를 기다리다 A씨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였다. “출구 쪽으로 달려오는 사람들 뒤로 시커먼 연기가 몰려 왔어요.” 어머니를 먼저 탈출시킨 서씨는 외삼촌을 찾기 위해 4, 5m 떨어진 화장실로 가려 했지만 이미 연기가 퍼져 한치 앞도 볼 수 없었다. “외삼촌”만 목이 터져라 불렀다.
서씨는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A씨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심하게 콜록거리기만 했다. 전화는 14초 만에 끊어졌다. 40여분 뒤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된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고 살아나는 듯했지만 그날 오후 9시쯤 결국 숨을 거뒀다.
서씨는 ‘유가족들이 보상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충격과 슬픔에 빠진 유족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행위라고 했다. “지금 보상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내 가족이 왜, 어디서 죽었는지 알고 싶은 거예요. 그 자리에 꽃이라도 한 송이 놔야죠.”
서씨는 27일 다른 유가족들과 고양시청에 설치된 재난대책본부에 들렀다가 이달 8일 터미널 지하 1층 기존 방화구역을 옮기겠다며 건축주가 시에 제출한 신고서를 보고 피가 거꾸로 솟는 듯했다고 전했다. 방화구역 이전이 없었다면, 감독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외삼촌을 잃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세월호 참사와 똑 같아요. 오빠는 가족들에게 ‘우리 이민 가자’고 하더라고요. 대한민국은 국민의 생명도 지켜주지 못하니….”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고양=김민정기자 mj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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