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에 대한 KBS이사회의 해임제청안 처리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KBS노조(제1노조)와 언론노조 KBS본주(새노조)는 29일 오전 5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합의했다. 양대 노조가 동시에 파업하는 것은 처음이다.
KBS 이사회는 28일 오후 4시부터 무려 9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회의를 열고 길 사장 해임제청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여야 추천 이사들의 의견이 엇갈려 처리에 실패했다. 이사회는 지방선거가 끝나는 6월 5일 해임제청안 처리 여부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회의에서 야당 추천 이사들은 기자들이 제작을 거부하고 있는데다 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만큼 방송 파행을 막기 위해 길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당 추천 이사들은 이날 출석하지 않고 서면으로 대신한 길 사장에게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양측은 격론을 주고 받으며 해임제청안을 표결에 부치지 못했다. 이사회는 여당 추천 이사 7명과 야당 추천 이사 4명 등 1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과반인 6명이 찬성하면 해임제청안이 의결된다. 이사회는 앞서 26일 길 사장 해임제청안을 상정했다.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제출한 해임제청 사유로 ▦‘보도통제 논란’에 따른 공사 공신력 훼손, ▦공사 사장으로서 직무 수행능력 상실, ▦부실한 재난보도 공공서비스 축소에 대한 책임, ▦공사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 등을 들었다.
연대 파업에 들어가기로 한 제1노조와 새노조는 “투쟁승리를 위해 KBS 내 모든 노동조합, 협회 등과 강고한 연대의 틀을 유지한다”며 “파업 참가 조합원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나 업무재배치가 발생할 경우, 해당 책임자를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훈 새노조 본부장은 “현재까지 329명의 간부급 사원들이 보직 사퇴를 했으며 파업에 돌입할 경우 동참하겠다는 간부도 많다”고 말했다. 이날 KBS아나운서협회도 길 사장의 해임제청안이 부결되면 제작 거부에 들어가기로 했으며 KBS경영협회는 파업 이후 사측이 대체인력을 뽑으면 업무를 즉각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파행 방송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KBS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열흘째 제작을 거부하면서 메인 뉴스인 ‘뉴스 9’가 단축 방송되고 다른 뉴스 프로그램들은 결방되고 있는 상황이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도 PD들이 파업에 들어가면 방송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번 사태로 코 앞으로 다가온 6ㆍ4 지방선거와 3주도 남지 않은 브라질 월드컵 방송에서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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