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의 사나이’ 이승엽의 소름 끼친 한 방
심근경색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얼마 전 이승엽(38ㆍ삼성)의 홈런 때 잠시 눈을 떴다고 해 화제가 됐다. 이날 경기를 봤다면 더 큰 기적도 일어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승엽이 역전 3점홈런으로 팀을 패배 직전에서 구했다. 이승엽은 28일 잠실 LG전에서 2-4로 패색이 짙던 8회초 2사 1ㆍ2루에서 LG 마무리 봉중근을 우월 3점포로 두들겨 극적인 7-4 역전승을 이끌었다.
드라마틱한 한 방이었다. 8회초 삼성의 공격. 2사 후 4번 최형우 타석이 되자 양상문 LG 감독은 마무리 봉중근을 호출했다. 그러나 봉중근은 최형우에게 2루타, 5번 박석민에게 볼넷을 내 줘 2사 1ㆍ2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타석에 선 6번 지명타자 이승엽은 풀카운트 접전 끝에 봉중근의 7구째 143㎞ 짜리 낮은 직구를 걷어 올렸고, 경쾌한 파열음과 함께 치솟은 타구는 우측 스탠드에 꽂혔다. 앞선 세 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쳤던 이승엽의 진가는 찬스에서 어김없이 발휘됐다. 아울러 ‘8회 사나이’라는 수식어도 새삼 떠올랐다. 이승엽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8회에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며 극적인 승부의 주역이 되곤 했다. 지난 시즌 13개의 홈런에 그쳤던 이승엽은 벌써 9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전날 11연승과 7회 리드 시 144연승 행진이 중단된 삼성은 하루 만에 LG 불펜을 상대로 되갚고 단독 선두(29승1무14패) 자리를 굳게 지켰다. 다 잡은 승리를 놓친 LG는 탈꼴찌를 다음으로 미뤘다. LG 톱타자 박용택은 4타수 3안타 1타점, 도루 2개로 활약했지만 역전패에 빛이 바랬다.
목동에서도 넥센이 3-5로 뒤진 8회말 2사 만루에서 터진 5번 강정호의 역전 결승 그랜드슬램을 앞세워 SK에 7-5로 역전승을 거두고 5연패 뒤 2연승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강정호의 시즌 11호 홈런이고 만루홈런은 시즌 15번째, 통산 641번째, 개인 3번째다.
NC는 대전에서 이틀 연속 18점을 폭발하는 화력을 앞세워 한화를 18-1로 대파했다. NC 3번 나성범은 시즌 13호 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3점을 몰아치며 이틀간 8타점을 퍼부어 타점 단독 선두(43개)로 올라섰다.
광주에서는 두산이 3-6으로 뒤진 9회초 홈런 2개를 포함해 7안타로 7점을 몰아치며 10-6으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13안타를 친 두산은 13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를 기록하며 이 부문 신기록을 새로 썼다. 종전 기록은 2000년 두산이 기록한 12경기다. 잠실=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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