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노인요양병원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어제 새벽 전남 장성의 효사랑요양병원에서 불이나 환자 20명과 간호조무사 1명이 숨졌다. 세월호 비극 이후 지하철, 터미널 등에서 사고가 꼬리를 물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대대적 시설 안전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미흡하고 부실하다는 방증이다. 얼마나 더 희생을 치러야 안전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답답할 따름이다.
이번 화재는 80대 치매노인의 방화로 추정되지만, 비상상황에 대비한 안전조치 부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가 난 병원 별관에는 60~80대 환자 34명이 입원해 있었다. 이들은 중풍이나 치매 등 혼자서는 대피할 수 없는 중증 환자들이었다. 그런데도 이들을 관리할 심야 당직 인력은 간호사 1명 등 3명뿐이었다. 건물에는 스프링쿨러도 없었고, 창문엔 추락방지용 방범틀이 설치돼 있어 비상 탈출도 어려운 구조였다. 소방대원이 화재 발생 6분만에 달려가 신속히 불길을 잡았으나 참사를 막지 못한 이유다. 더욱이 이 병원은 지난해 12월 안전관리 기준을 충족했다는 정부 인증을 받았고, 최근에는 장성군이 실시한 시설점검에서도 ‘이상 없음’ 판정을 획득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평가가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런 요양병원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급속한 고령화로 요양병원은 전국에 난립해 있다. 지난달 기준 1,284개에 달해 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의료서비스나 안전관리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높다. 최소한의 응급시설인 호출벨을 병상과 욕실, 화장실에 설치 않은 병원이 수두룩하고, 간호사 1명이 47명의 환자를 돌보는 곳도 있다고 한다.
요양병원은 중풍이나 치매 등 주로 장기적인 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을 돌보며 치료하는 기관이다. 주로 사회적 약자가 이용하고 있어 인권침해나, 화재 등 안전사고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해마다 1~2건씩 화재가 일어나고 안타까운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요양병원에 대한 관리감독과 안전실태를 전수 조사,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루 이틀 시간을 미루고 있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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