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후보에 지명된 지 일주일 만이다. 안 후보자는 “더 이상 총리 후보자로 남아 있는 것은 현 정부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 버겁다”고 말했다. 도덕성과 강직성으로 주목 받아온 그로서는 거론되는 여러 의혹에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자의 사퇴로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 수준까지의 변화를 꾀해온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구상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당장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내각과 청와대 개편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세월호 이후 정부의 수습 과정을 지켜보던 국민들도 어이없는 인사파동에 극도의 불신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청와대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총리 인사는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핵심이다. 관(官)피아 척결과 공직사회 개혁을 추진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은 자리이기에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세심한 인선이 요구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안 후보자의 이미지에만 꽂혀 사전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청와대는 안 후보자가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가 받는 관행 수준이며 이미 5억원을 기부했다”고 답변하자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수용했다. 언론에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청와대는 “위법이 아니라면 법조계 관행에 따른 전관예우가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안이한 인식을 보였다. 정권 초기 공직자에 대한 검증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뤄지지 않아 여러 차례 낙마 사태를 겪고도 청와대의 인식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인사검증 과정에서 법조인 비서실장과 법조인 민정수석이 법 위반만 아니면 된다는 ‘법 만능주의’에 매몰된 게 사태를 그르친 요인이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하며, 이를 주도한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대통령비서실의 전면적인 개편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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