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개 평가 지표 중에
화재 관련은 5개에 불과
그마저도 의사·간호사가 평가
등급 낮아도 불이익 없어
느슨한 간호인력 기준도 문제
21명의 사망자를 낸 전남 장성의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이하 효사랑병원) 화재 참사는 요양병원은 급증하는데도 시설점검은 형식적으로 이뤄진 가운데 터져 나온 인재였다. 2004년 113개에 불과했던 전국의 요양병원이 올해 1,284개에 이를 정도로 폭증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의 평가는 안전에는 무관심하고, 민간 인증기관으로 시설평가를 넘기면서 더욱 허술해졌다. 규제가 없는 틈을 타 부족한 간호인력을 두는 관행도 화를 키웠다.
의료인이 시설 점검
복지부는 2013년부터 민간 인증전담기관인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 시설평가를 위탁하고 전국의 요양병원이 인증평가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2012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해 온 ‘적정성 평가’는 주로 의료서비스 수준을 보기 때문이다. 이 평가에선 26개 평가지표 중 화재 관련 지표가 1개(소방점검 시행여부)뿐이다.
효사랑병원도 지난해 12월 요양병원 인증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평가 자체가 허점투성이다. 전체 203개 인증 평가지표 가운데 화재 안전관리 지표는 5개(화재 안전관리 활동계획, 화재 예방점검 수행, 직원들의 소방안전 교육, 금연 규정 유무, 금연 규정 준수)에 불과하다. 3명의 평가위원이 직접 유도등, 대피경로 표지판, 비상탈출구, 대피로 장애물 여부 등을 점검하지만 평가위원은 의사, 간호사, 약사 등 방재업무와는 무관한 이들이다. 인증원 관계자는 “평가위원들이 사전교육을 받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소방 전문가들보다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털어놓았다.
인증의 유효기간도 4년으로 미국, 캐나다(3년)보다 길다. 인증평가와 관련된 심의기구인 요양병원 인증심의위원회 위원인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2013년 초 평가인증 기준을 만들면서 요양시설 관계자들이 일반병원보다 안전기준을 낮추도록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수박 겉핥기 식 화재점검
지난해와 올해 인증평가를 신청한 요양병원(228개)은 100% 인증을 받았다. 인증제도가 실효성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민간 기관이 아닌 심평원의 평가 역시 실효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효사랑병원은 과거 화재 관련 평가에서 당시 5등급 중 3등급을 받았는데 아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다.
2012년 심평원의 평가 당시 937개 요양병원 중 70개만 현장점검을 했고, 점수가 낮아 불이익을 당한 곳은 40개에 불과했다. 불이익이라고 해도 요양병원에 적용되는 가산수가를 6개월간 제외하는 것으로 제재의 실효성이 높지 않다.
세월호 참사 후 지난 2일 복지부의 지시로 이뤄진 소화기 구비여부, 화재대처방법 등 점검에서도 효사랑병원은 자체점검 후 장성군에 ‘이상 없다’는 공문을 보냈다. 전남도지사의 특별지시에 따라 지난 21일 다시 장성군 보건소 관계자가 현장확인까지 했지만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간호인력기준 적정성도 의문
요양병원의 인력기준이 적정했는지도 논란이다. 사고 당시 효사랑병원(397병상)의 야간당직자는 의사 1명과 간호사ㆍ간호조무사 10명이었다. 의료법상 기준(의사 2명, 간호사ㆍ간호조무사 4명)에서 의사의 수 1명 부족하다.
그러나 이 기준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09년부터 4년간 충남의 한 시립 요양병원에 근무했다는 요양보호사 권모(56)씨는 “한 명이 야간에 볼 수 있는 환자는 5~6명이 고작인데 병원 경영진은 17~18명씩 강요했다”며 “요양보호사들끼리 ‘불이 나면 우리라도 창문에서 뛰어내려야 하나’라는 자조적인 이야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의료법상 요양병원은 간호사(간호조무사 포함) 1명이 6명의 환자를 보도록 돼있으나 실제 통계상 7명 이상씩 보고 있다”며 “기준 자체도 느슨하지만 영세한 요양병원들은 이 기준조차 못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인증심의위원회 위원인 현정희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는 “인력 기준을 지키지 못한 요양병원도 평가인증원으로부터 인증을 받는다”며 “기준을 어겨도 보건복지부는 이를 전혀 처벌할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송옥진기자 cli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