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국정조사 계획서 작성을 위한 여야의 실무협의가 난항하고 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증인 채택 여부에 여야의 시각이 크게 엇갈린 때문이다. 야당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내야 조사 효율성을 기약할 수 있다는 자세이고, 여당은 법정 절차를 어길 수 없으니 특위부터 열어 정하자고 맞서고 있다.
실무협의에 뚜렷한 진전이 없는 가운데 여야 지도부는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은 어제 야당의 김 실장 증인 채택 요구를 “전형적 구태정치”라고 비난했다. 반면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이 김기춘 비서실장 이름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비난했다.
여당이 주장하는 법정 절차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3조가 ‘조사계획서에는 조사의 목적, 조사할 사안의 범위와 조사방법, 조사에 필요한 기간 및 소요경비 등’을 담도록 했고, 따로 11조에서 ‘조사위원회나 소위원회, (조사)반 등은 그 결의로 증인ㆍ감정인ㆍ참고인의 출석을 요구’하게 나눠놓은 것을 가리킨다. 그 동안의 국조ㆍ국감에서 이런 절차가 존중돼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당이 거부 자세가 오직 이런 법 절차 존중 태도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김 실장이 국조특위에 증인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정치적 손실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야당의 자세는 한결 정치공세 색채가 두드러진다. 논리보다는 정서적 공감이 중요한 정국 분위기에 미루어 법 절차 위반의 부담은 작은 반면, 김 실장 증인 채택 주장만으로도 정치적 이득이 쏠쏠하고, 여당에 ‘김기춘 감싸기’ 비난을 퍼부어 거둘 수 있는 이득도 크다. 국회를 방문해 ‘성역 없는 조사’를 촉구하며 사실상의 농성에 들어간 유족대표들의 존재도 야당의 구태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합리적 대안이 왜 없겠는가.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만사를 정치적 이해의 잣대로 재려는 구태만 버린다면,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잠정 합의하되, 계획서에는 ‘청와대 비서실’이라고 쓰는 등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런 양보와 절충이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한 기본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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