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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단순 공사만 하던 시대는 이제 끝"...글로벌 개척자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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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단순 공사만 하던 시대는 이제 끝"...글로벌 개척자로 거듭난다

입력
2014.05.2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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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의 한 컨설팅기관은 앞으로 건설산업에서 필요한 5대 핵심 역량으로 의사소통, 리더십, 전략적 사고, 프로젝트 관리, 팀 빌딩(조직활성화를 위한 경영기법)을 꼽았다. 주목할 것은 건축이나 토목 등 생산 기술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는 점이다. 첨단 기술이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기술을 디자인하고 관리해 생산성을 높이는 기획력에 따라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단순히 건설공사를 수행하는 차원을 넘어, 건설업이 지식산업의 하나로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국내 건설사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경영 전략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국내사들의 핵심 경쟁력은 시공분야의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외에서 공장을 짓는 EPC(설계 구매 시공)나 도로 철도 등 토목 분야가 주력이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기획ㆍ계획, 계약ㆍ구매관리, 사업비관리, 공정관리, 설계관리, 사후관리 등 하나의 프로젝트를 총괄 감독하는 선진기법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분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국내 건설 경기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해외 EPC 시장에서 중국 등 후발주자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사들의 이 같은 미래 전략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GS건설이 지난달 5일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공사(PDVSA)가 발주한 베네수엘라 엘 팔리토 정유공장(El Palito Refinery) 증설공사 수행을 위한 관리 용역을 계약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계약 금액은 535만달러(약 56억원)로 크지 않지만 해외 플랜트시장에서 국내 건설기업이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을 총괄하는 관리 업무를 수주한 첫 사례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대림산업은 미래를 위한 신성장 동력으로 글로벌 디벨로퍼(Developer)로의 도약을 선포한 바 있다. 디벨로퍼는 EPC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발굴 및 기획, 지분 투자, 금융 조달, 건설, 운영·관리까지 전 사업진행을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 기업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2009년 6월 부지매입을 시작으로 올해 말 준공 예정인 포천복합화력발전소가 이 같은 사업 모델에 해당된다. 해외에서는 네팔과 파키스탄에서 수력발전소를 디벨로퍼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민간업체가 투자자를 모집해 직접 발전소를 건설한 후 운영하며 전력을 판매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인 민자발전(IPP) 사업을 수주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11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쿠라야 민자발전소 수주를 통해 국내 건설사 중 처음으로 해외 IPP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어 작년 말에는 가스복합화력발전인 라빅2 IPP프로젝트까지 수주하며 시장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삼성물산은 국내에서도 올 연말 IPP방식의 동두천복합1ㆍ2호기(858MW, 2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과거와 달리 단순 시공보다는 기획부터 설계, 견적, 입찰, 구매, 시공, 시운전, 유지보수까지 프로젝트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플랜트사업에서도 단순 건설공사를 넘어 정유, 가스, 석유화학, 제련 등 다양한 고부가 공종으로 사업구조를 다양화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수주한 천연가스 액화정제시설, 2009년 수주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등은 유럽과 일본업체가 독점해온 영역에 도전을 해 성공한 것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대우건설은 작년 9월 베네수엘라 석유수출시설의 기본설계를 수행하는 FEED(Front End Engineering Design) 계약을 체결, 플랜트 공사 위주의 해외수주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FEED는 건설업계의 고부가가치 분야로 그동안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엔지니어링 업체들이 독식해왔다.

철강과 발전 플랜트 사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포스코건설은 세계적인 수준의 EPC 사업역량을 고르게 갖추는 것이 최대 목표다. 이를 위해 설비별 최저가 사양 표준모델을 구축하고 발전 설계조직을 신설하는 등 엔지니어링의 자력수행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성공적으로 안착한 칠레 브라질 등 중남미국가를 거점으로 인접국가로 발주처를 다변화하는 전략도 세웠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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