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김민호 LG 코치가 채은성을 부른 이유는
LG-삼성전이 열린 28일 잠실구장. 경기 전 김민호 LG 코치가 채은성(24)을 불러 세워 둘만의 암호처럼 수신호를 보내자 채은성은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정신 차리자!”
2군에서 한솥밥을 먹던 시절 김 코치는 채은성에게 늘 정신 무장을 강조해 왔다. 김 코치는 “프로야구 1군 선수는 100여 명밖에 안 된다. 1,000명이 넘는 판ㆍ검사 되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2009년 신고선수로 LG에 입단한 채은성은 2010년 의장대에 현역으로 입대해 군 복무를 마치고 27일 삼성전에서 데뷔 5년 만에 첫 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첫 실전으로 치르는 야간 경기와 생애 첫 1군 무대의 긴장감을 억누르고 첫 타석에서 주자를 2ㆍ3루로 보내는 희생번트를 성공시켰다. 이어 두 번째 타석에서 좌전안타로 데뷔 첫 안타를 기록했다. 양상문 감독은 공을 받아 손수 ‘대선수가 되세요. 양상문 감독’이란 메시지를 적어 채은성에게 건넸다.
김 코치는 “나도 연습생 출신으로 입단해 어렵게 1993년 1군 출전 기회를 잡았고, 살아남기 위해 온갖 방법으로 코칭스태프에게 어필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21년 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채은성을 끊임없이 격려하는 이유다. 채은성은 “번트를 성공한 뒤 두 번째 타석부터 긴장이 좀 풀렸다”고 잊을 수 없는 1군 데뷔전을 떠올렸다.
양 감독은 “타격에 소질이 있는 선수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저런 친구들이 우리 팀의 베스트9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채은성은 이틀 연속 7면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잠실=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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