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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질 더 이상은 안돼" 美 울린 아버지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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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질 더 이상은 안돼" 美 울린 아버지의 절규

입력
2014.05.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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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난사 사고 희생자의 부친 리처드 마르티네즈
총기 난사 사고 희생자의 부친 리처드 마르티네즈

“당신들의 동정 따위엔 관심 없습니다. 애도를 표하든 말든 신경 안 씁니다. 할 일을 해주세요. 대통령이 전화해도 난 그렇게 말할 겁니다. 정치인에게 오는 전화는 내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총기난사 사건에 외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절규가 미국 사회를 흔들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 강력한 총기규제를 요구하며 대국민 투쟁을 호소하고 있는 주인공은 변호사 리처드 마르티네즈(60). 그의 아들은 지난 23일 자신이 다니는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UCSB) 인근에서 피살된 크리스토퍼 마르티네즈(20)다. 할리우드 영화감독 피터 로저의 아들인 엘리엇 로저(22ㆍ사망)가 권총과 흉기로 저지른 무차별 살인에 희생된 6명 중 한 명이다.

마르티네즈는 25일 희생자 가족을 대표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목 받았다. 그는 “내 아들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정치인들과 (총기소유 옹호 로비단체인)전미총기협회(NRA) 때문에 죽었다. 그들은 총기소유권만 말할 뿐 내 아들이 살아갈 권리에 대해선 함구한다. 이런 미친 짓이 언제쯤 끝날 것인가”라고 격분했다. 마흔에 얻은 자식을 잃은 비통함과 총기 사고를 조장하는 정치권을 향한 격분이 들어찬 이날 발언은 큰 공감을 얻었다.

마르티네즈는 27일 UCSB가 주관한 희생자 추모예배에서 총기 규제 관철을 위한 행동을 요청했다. 의원들에게 관련 입법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내고 트위터에 ‘더 이상은 안돼’(#NotOneMore)라는 해시태크를 달아달라는 그의 제안에 2만여 예배 참석자들은 “더 이상은 안돼”를 함께 외치며 화답했다. 또 다른 희생자 훙쳉위안(20)의 부친도 마르티네즈가 대독한 성명에서 “간밤에 아들이 꿈에 나와 ‘세상의 거대한 불의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했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마르티네즈는 이날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범인의 아버지 피터 로저를 향해 “그도 나도 아버지이고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다”며 총기 규제 운동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로저는 즉각 답하지 않았다. 마르티네즈는 “나는 농가 출신으로 총으로 사냥해본 경험이 있고 친한 사람 중에 NRA 회원도 있다”며 “그러나 공격용 소총이나 반자동 총기가 왜 필요한가. 그건 전쟁 때나 쓰는 무기”라고 성토했다.

집권 1기였던 2012년 콜로라도 극장(12명 사망)과 샌디훅 초등학교(27명 사망)에서 총기 참사를 겪은 오바마 정부는 집권 2기 첫해인 지난해 공격용 무기 및 대용량 탄창 거래 금지, 총기 거래자 신원조회 등의 규제 강화를 추진했지만 관련법이 NRA의 로비를 받는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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