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아닌 감독 홍명보의 도전, 또 한번 일낼까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45) 감독은 한국 축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선수와 지도자로 수많은 영광의 순간을 경험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주장을 맡아 ‘4강 신화’를 일궈냈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는 감독으로 동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이제는 23명의 정예 멤버를 데리고 가장 큰 무대인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민국 수장으로 위대한 도전에 나선다. 홍명보호의 목표는 사상 첫 원정 8강 진출이다. H조에 속한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 등 적수들의 전력이 만만치 않지만 2년 전부터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이 주를 이룬 만큼 대표팀의 경쟁력은 충분히 있다는 평가다.
홍 감독은 광장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해 광희중, 동북고, 고려대를 거쳤다. 1992년 포항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뒤 일본 J리그 벨마레 히라쓰카, 가시와 레이솔에서 뛰었다. 그리고 2004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갤럭시에서 선수 생활을 마쳤다.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더 큰 존재감을 발휘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4차례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특히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서 4강 진출을 확정하는 골을 터트린 뒤 환호하는 모습은 한국 축구 최고의 순간으로 남아있다. 통산 A매치 출전 횟수는 136경기다. 한국 선수 최다 출전 기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영원한 리베로’라고 불린다.
현역 은퇴 이후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의 코치를 맡아 지도자 경험을 쌓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20세 이하(U-20)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감독으로 데뷔했다. 그 해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18년 만에 8강 진출을 이끌어 지도자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지도력을 입증했다.
홍 감독은 런던올림픽 영광 이후 성인 대표팀 사령탑 물망에도 올랐지만 고사하고 2013년 1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안지 마하치칼라로 지도자 연수를 떠났다. 그러나 월드컵 최종 예선이 끝나고 최강희 감독이 소속팀 전북 현대로 복귀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6월 대한축구협회의 설득 끝에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감독직을 받아들였다.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부터 출범한 홍명보호는 지난 3월 그리스와의 평가전까지 총 14차례 경기에서 5승3무6패를 기록했다.
홍 감독은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 당시 소속팀에서 제대로 뛰지 못한 선수들을 발탁했다. 소속팀 활약을 우선시한다는 자신의 원칙을 스스로 깼다고 인정했지만 그는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박주영(29ㆍ아스널), 윤석영(24ㆍ퀸즈파크 레인저스) 등을 선발하는 ‘마이 웨이(My Way)’를 선택했다. 홍 감독은 결과로 자신의 선택을 증명해야 할 기로에 놓였다.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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