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발전의 금융엔진이 되겠다.”
국책은행들이 올해 공통적으로 제시한 청사진은 저성장의 덫을 탈출하기 위한 교두보가 되겠다는 것이다. 우리경제가 장기간 성장둔화를 겪으면서 선진국 진입의 덫에 빠진 만큼 보다 고유 업무를 충실히 이행해 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의미에서다. 이들 국책은행은 그 어느 때보다 산업자본 조달, 수출 지원 등 고유의 역할에 충실한 미래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2년만에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 만큼 본연의 업무인 중소기업 육성에 지원이 집중돼 있다. 올해 중소기업 여신공급액(신규대출+만기연장)을 사상 최고인 40조원으로 잡았을 정도다. 현재 100만개인 중소기업 고객 수도 3년내 130만개로 늘려 중소기업 셋 중 하나는 기업은행과 거래하도록 만들겠다는 비전도 수립했다.
창조금융은 기업은행이 가장 공들이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분야다. 창조형 중소기업 생애맞춤형 육성을 통해 기술력이 있는 창조인들의 창업부터 중소기업, 중견기업이 될 때까지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술평가 역량 강화 ▦지적재산권(IP)금융 활성화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 ▦창조기업 육성 등을 핵심사업으로 지정해 추진 중이다. 특히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기업은행이 거두고 있는 성과는 전 금융권이 주목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 은행 중 최초로 문화콘텐츠 사업 전담부서를 만들어 적극적인 투자를 펼친 끝에 영화 ’설국열차’, 뮤지컬 ’레미제라블’,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등 투자한 작품마다 흥행작이 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부터 2016년까지 7,500억원 규모의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권선주 행장이 부임한 후 내세운 경영전략 슬로건인 ‘HㆍOㆍPㆍE’에도 기업은행의 염원이 담겨 있다. HOPE 전략은 ▦내실성장(Healthy IBK) ▦열린소통(Open IBK) ▦시장선도(Pioneering IBK) ▦책임경영(Empowering IBK) 등의 영문 첫 글자에서 따온 것. 권 행장은 “다른 은행들이 기업이 어려울 때 지원을 끊으며 비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기업은행은 오히려 더 큰 우산이 될 것”이라며 “어린이부터 노령층까지, 창업기업에서 해외 진출을 추진하는 중견기업까지 숨은 수요를 찾아내 평생고객으로 삼는 은행 본연의 업무에 보다 충실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1,400만 고객을 평생 고객으로 만들어 내실 성장을 강화한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유치원 어린이 고객부터 황혼을 맞는 노령층까지, 또 창업기업부터 해외진출까지 고객들의 숨어있는 수요를 찾아내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빅데이터를 연구하는 시장분석팀을 신설할 방침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2016년에 예정된 계좌이동제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지름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올해 정책금융공사와의 통합을 완료하고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면모를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창립 60주년 간담회에서 밝힌 중장기 발전전략만 보더라도 ▦창조경제 지원 ▦금융선진화 선도 ▦시장안전판 기능 강화 ▦지속가능한 정책금융기반 확충 ▦통일시대 준비 등 국책은행으로서의 역할 확대에 집중돼 있다. 특히 벤처ㆍ신성장사업 등 고위험 신규 사업의 육성을 위해 지난해 23조8,000억원이었던 중소ㆍ중견기업 자금지원 규모를 올해 25조5,000억원으로 확대했다. 홍기택 행장은 “경기가 둔화될수록 민간금융이 고위험 신규사업 지원에 소극적인 만큼 산은이 벤처, 신성장 사업 등을 선도적으로 육성하고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술금융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정책금융기관으로 회귀했지만 2018년까지 당기순이익 1조원대를 유지하는 등 시장친화적인 방향성도 잊지 않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으로 복귀함에 따라 비전과 핵심가치, 중장기전략을 재정립해 우리경제가 다시 한번 퀀텀 점프(Quantum Jump)를 할 수 있도록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정부의 정책금융 개편에 따라 단순 수출자금 지원을 넘어 국내 기업의 수출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수출 멀티 플레이어’로 역할을 확대했다. 지금까지 특정 거래 수출을 대상만 지원했다면 이젠 수출 기업의 성장까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수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목표다.
수은이 최근 개편한 금융지원제도를 보면 이런 방침이 잘 나타나 있다. ▦내수에서 수출로 전환하는 기업 대상 시설 투자 확대 ▦연구개발(R&D) 등 수출촉진자금 신설 ▦국내 기업에 주요 수출 관련 물품을 공급하는 외국 기업 지원 등이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추진하는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등에서 수은의 역할도 주목된다. 최근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으로 해외 사업에 대한 보유 지분율 한도를 15%에서 25%로 늘릴 수 있게 됐으며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도 가능해졌다. 3월 취임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수출 초보기업이 수출 중소ㆍ중견기업으로, 그리고 히든챔피언으로 연결되는 단계별 성장 금융 지원을 통해 불균형을 없애고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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