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부모 허락 없이 결혼했다는 이유로 임신 3개월의 여성이 대낮에 법원 앞에서 가족 수십 명에게 맞아 숨졌다. 이른바 ‘명예 살인’을 명목으로 한 해 수백 명의 여성이 숨지는 파키스탄에서 이번 사건은 특히 범행시간과 장소 등에서 드문 사례로 공분을 사고 있다.
외신들에 따르면 파키스탄 경찰은 27일 북동부 라호르시 고등법원 앞에서 25세 여성 파르자나 파르빈이 아버지와 오빠 등 20여 명의 가족에게 방망이와 벽돌로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파르빈은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함마드 이크발(45)과 결혼했으며 임신 3개월 상태였다.
파르빈은 이날 그의 부모가 이크발이 자신을 납치했다고 고소했기 때문에 자신의 뜻으로 결혼했다는 것을 밝히려고 남편과 함께 법원에 나왔다. 파르빈 부부가 법원으로 다가오자 기다리고 있던 그의 가족과 친척은 허공에 총을 발사하더니 파르빈을 붙잡고 구타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지켜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파르빈의 아버지 무함마드 아짐을 제외하고는 모두 달아난 뒤였다.
딸을 때려 죽인 아짐은 경찰에 잡혀가면서도 “딸이 허락 없이 결혼을 해 가족 모두를 모욕했기에 살해했다”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편 이크발은 “우린 사랑했다”며 파르빈의 가족이 거액의 신부 값을 요구했지만 여의치 않자 결혼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파키스탄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한 해에만 ‘부정이나 노골적인 성관계 등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남편 등 가족에 의해 869명의 여성이 살해 당했다. ‘명예살인’은 불법이지만 경찰의 수사 의지가 부족하고 범행을 증언하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거의 없는데다 일종의 사면 조항도 있어 가해자는 거의 처벌받지 않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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