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Li, 佛시스트란 합병, "언어처리 시장 무궁무진 큰 시너지 효과 기대"
다국어를 자동 번역해 주는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한 국내 벤처기업 CSLi가 관련 분야의 세계 1위업체인 프랑스의 시스트란을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CSLi는 한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특정 분야에서 세계 1위 SW 기업이 됐다.
CSLi는 27일 합병 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스트란을 인수한 뒤 사명을 시스트란 인터내셔널로 바꾼다고 밝혔다. 1992년부터 번역 SW를 개발한 CLSi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4’에 들어있는 ‘S -번역기’ 앱 등을 개발했다. 1968년 설립된 시스트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번역 SW 개발업체로, 89개 언어를 자동 번역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들은 미 국방부 등에 납품하며 기술력을 인정 받았고, 2007년까지 구글도 자동 번역 SW를 공급했다.
CSLi와 시스트란은 갤럭시4용 ‘S-번역기’ 앱을 공동 개발하면서 처음 만났다. CSLi 기술진은 자사의 아시아권 번역 SW에 유럽, 중동 등 다른 언어권까지 더하기 위해 시스트란과 접촉했다. 정의용 기술 담당 부사장은 “시스트란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졌지만 공공시장 위주로 공급하다 보니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어서 스마트폰용 앱 개발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양 사는 지난해 초부터 한국과 프랑스를 수시로 오가며 번역 기술을 공동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S 번역기’는 단순 직역 수준에 머물던 구글 번역기를 능가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시스트란 전 CEO였던 드미트리 사바타카키스씨는 “양 사가 번역할 수 있는 언어는 101개에 이른다”며“CSLi와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면서 모바일 분야 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파트너스, 일본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다수의 투자전문업체들이 550억원을 기꺼이 투자했다. 이들은 2012년 16억달러에서 2019년 69억달러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번역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이번 인수를 통해 국내 기업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곽동걸 스틱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스마트기기와 빅데이터 시장의 성장성, 기업들의 글로벌 교류 확대 등을 감안하면 언어처리 시장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두 회사가 손 잡으면 큰 연계효과(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시스트란인터내셔널은 이번 합병을 통해 SW 분야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대 글로벌 기업들에 종속되지 않고 SW 주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박기현 시스트란인터내셔녈 대표는 “다국적 공룡 기업들에 대한 SW 종속을 막을 수 있게 됐다”며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넘어 소비자끼리 서로 연결되는 C2C 서비스 개발에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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