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보야, 다 도망가는데 왜 신고부터 하다 못 나왔냐고….”
27일 오전 경기 고양시 덕양구 명지병원 장례식장에서 김모(56)씨는 전날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로 숨진 부인 김선숙(48ㆍKD운송그룹 직원)씨의 영정을 바라보며 되뇌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두 눈은 충혈됐고, 양손으로는 부인의 휴대폰을 꼭 쥐었다. 진화 뒤 돌려 받은 이 휴대폰에는 26일 오전 9시2분 119와 45초간 통화했다는 내역이 기록됐다.
세월호 침몰 당시 첫 119 신고를 한 안산 단원고 최덕하(17)군에 이어 김씨도 119에 신고를 했지만 정작 자신은 변을 피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신고가 119로 접수된 시간은 26일 오전 9시 2분이다. 김씨가 119에 전화를 건 시간과 같지만 이 신고의 통화시간은 18초였다. 김씨가 첫 신고자가 아닐 가능성이 크지만 도소방본부 관계자는 “9시 2분에 여러 회선으로 동시에 화재 신고가 들어와 첫 신고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지상 2층에 있던 김씨가 신고한 오전 9시 2분이 최초 신고 시점이라는 데 의문을 제기했다. 김씨 오빠는 “동생이 화재를 인지하고 신고하기 전까지 지하 1층에 있던 사람들 중 아무도 신고를 안 했다는 의미”라며 “동생이 숨진 매표소에서 2층 버스 승강장까지는 3, 4초면 뛰어나올 수 있는데 결국 신고하다 죽었다”고 가슴을 쳤다.
남편 김씨는 “다음달이면 집 사람이 입사한 지 2년이 된다. 어제 출근하면서 ‘오늘 하루 근무하면 이틀 쉬네’ 라고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김씨 등 3명을 제외한 화재 사고 희생자 5명의 시신은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안치됐다. 장례 비용은 화재가 발생한 터미널 지하 1층을 위탁운영하는 CJ푸드빌이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고양시는 희생자 유족 및 부상자 지원을 위해 전담 공무원을 24시간 배치했고, 법률지원과 피해보상 중재 등 가능한 범위에서 모든 지원을 하기로 했다. 전날 희생자 시신을 3시간이나 찾아 헤맨 유가족 등이 시의 무성의한 대처에 반발하자 뒤늦게 나온 조치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고양=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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