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폴리에틸렌 생산ㆍ판매 합작법인 설립 계약 체결
지난 2011년 중동을 방문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이자 세계적 화학회사인 사빅의 모하메드 알마디 부회장을 만나 공동사업을 제의했다. SK종합화학과 합작법인을 만들어 고성능 폴리에틸렌 제품을 함께 생산하자는 내용이었다.
사실 SK는 사빅의 오랜 거래처였다. 1990년대부터 SK종합화학은 사빅으로부터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납사를 공급받아 왔으며, 생산된 제품 일부를 사우디아라비라로 재수출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 회장과 알마디 부회장은 2004년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만난 뒤, 이 포럼 및 상호방문 등을 통해 꾸준히 교분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제의를 받은 알마디 부회장은 큰 틀의 전략적 제휴에 합의했다. 하지만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 같던 양사 합작은 국내에서 최 회장의 재판이 시작되면서 애로를 겪기 시작했다. 실무자간 협상은 탄력이 떨어지기도 했고, 구체적 협상과정에서 속도가 지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양사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 SK종합화학은 27일 사빅과 고성능 폴리에틸렌 브랜드 ‘넥슬렌’의 생산 및 세계시장판매를 위한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공식 체결했다. 최 회장의 합작제의 후 3년 만이다.
투자규모는 약 6,100억원으로 양사 5대5 조건이다. SK관계자는 "합작투자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사업성이지만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최고 경영자간 신뢰가 핵심"이라며 "이번 건도 양쪽 최고경영자간 오랜 교분과 이를 통해 쌓인 신뢰가 없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넥슬렌은 SK가 지난 2010년 촉매, 공정 및 제품화 전 과정을 독자 기술로 개발한 폴리에틸렌 브랜드다. 폴리에텔렌은 플라스틱의 원료로, 넥슬렌은 기존 범용 제품보다 내충격성과 투명성, 가공성 등이 강해 고부가 필름, 자동차 및 신발 내장재, 케이블 피복 등에 사용된다. 현재 글로벌 시장은 미국 다우케미칼, 엑손모빌, 미쓰이 등이 약 60% 이상을 갖고 있는데, SK는 이번 합작을 통해 세계시장의 메이저 플레이어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최적의 파트너를 확보하게 됐다. 사빅은 에틸렌 생산량 세계 1위로 높은 원가경쟁력과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갖고 있는 회사"라고 말했다.
SK종합화학은 올 초 울산단지에 완공한 넥슬렌 제1공장(연산 23만톤)에 더해 사우디아라비아에 제2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또 넥슬렌 기술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R&D) 조직도 만들어 매년 10%씩 성장하는 고성능 폴리에틸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예정이다.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은 “넥슬렌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양사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한편, 또 다른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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