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된 경험 바탕으로
재난 안전 가족협 구성
정부에 철저한 진상 파악과
재발 방지책 마련 촉구
"과거 참사 때 원인 규명 등
제대로 못한 우리도 책임"
“참사 당시에만 잠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다음 참사를 부르는 초대장과 같습니다.” 유치원생 19명과 교사 등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1999년 경기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192명이 사망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5명의 고교생이 수장된 2013년 태안 사설 해병대캠프 사고…. 이들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되풀이되는 참사의 고리를 끊겠다며 나섰다.
유가족들은 2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재난 안전 가족협의회’(가칭)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를 통해 세월호 실종자 전원 구조,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나아가 대형 참사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를 놓고 또 다른 비극의 희생자들은 오히려 자신을 탓했다. 과거 참사 때 제대로 원인을 규명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하게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황명애 대구 지하철 참사 희생자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한시적으로 운영하려던 대책위가 사고 후 11년이 지나도록 운영되고 있는 것은 바뀐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조차 부끄럽다”며 “우리 유족들도 세월호 사고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사고였지만 이들이 겪어본 정부의 사후 대처는 놀랍도록 흡사하다. 이번에도 정부는 안전불감증에 빠진 사회 구조를 전면적으로 바꿔야 함에도 해경 해체, 과적 단속 강화 같이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다고 유가족들은 성토했다. 지난해 해병대캠프 사고로 아들을 잃은 유족 대표 이후식씨는 “세월호 사고가 예견됐다고 하는데, 왜 예견된 사고를 막을 수 없었느냐”며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정부가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을 모아 진상 규명을 외치는 것도 이유가 있다. 사고 원인과 초동 대응의 문제 등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불투명한 채로 남아 유가족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공통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씨랜드 참사로 쌍둥이 딸을 모두 잃은 유가족 대표 고석씨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사고가 수습됐다고 생각하지만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유가족들은 아픔을 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후식씨는 “사고 수습과정을 겪고 보니 정부는 유가족과 국민들이 많이 알게 되면 동요하고 국가 위신이 떨어진다는 저차원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우리들이 중심이 돼 알 권리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담아내 안전시스템을 탈바꿈시키는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도 협의회에 적극 힘을 실을 계획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세월호에 이은 고양터미널 화재도 잊혀지지 않고, 이런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시민사회도 함께 하겠다”면서 “정부와 언론, 시민사회 모두 참사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1999년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와 올해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등 대형 참사 유가족 모임과 힘을 합해 이르면 다음주 중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사고 관련 특별법 제정, 유가족 지원 등을 정부에 요구할 계획이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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