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4번 타자 나지완(29)의 9월 인천 아시안게임 입성은 시즌 초반만 해도 험난해 보였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남짓 사이 180도 상황이 바뀌었다.
나지완은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군 입대를 결심했다가 팀의 명예회복, 그리고 대표팀 승선을 위해 또 한번 입대 연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서른 살 나이가 발목을 붙잡았다. 스프링캠프를 거쳐 시즌 초반까지 ‘아시안게임’이라는 글자를 머리 속에서 지운 적은 없었지만 심적인 부담으로 다가와 헛 방망이를 돌리는 일이 잦아졌다.
대표팀 발탁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나지완의 26일 현재 성적은 43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푼8리에 7홈런, 32타점. 놀라운 반전이다. 4월 24경기에서 2할3푼8리에 머물던 타율은 5월 들어 수직 상승했고, 장타도 심심찮게 터뜨리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던 지난해 위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대표팀 외야 경쟁자로 꼽히는 두산 김현수(3할2푼9리, 7홈런, 41타점), 롯데 손아섭(3할5푼4리, 4홈런, 23타점), 삼성 최형우(3할4푼4리, 11홈런, 31타점)에 뒤지지 않는 성적표다. 민병헌(두산), 김강민(SK) 등 잠재적인 경쟁자들도 많지만 검증된 선수 가운데는 단연 태극마크 후보다. 기술적인 변화보다 마음가짐의 변화가 나지완을 다시 일깨웠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달 성적이 신통치 않자 사실상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를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을 정리하기도 했다.
나지완은 지난해 125경기에서 2할8푼7리에 21홈런, 96타점을 쌓아 류중일 대표팀 감독에게 눈도장을 받은 듯했다. 그러나 류 감독은 일찌감치 실력 위주로 발탁하겠다고 공표했다. 금메달을 위해서는 군 미필자에 대한 배려보다는 최정예 멤버를 꾸려야 할뿐더러 류 감독 자신도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예선 탈락한 명예 회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도 성적이라면 나지완을 뽑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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