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60년대 선동적 구호
‘박대통령 일하도록 밀어주자 공화당’(민주공화당) ‘이당저당 겪어봐도 자유당이 제일이다’(자유당) ‘독재정치 물리치고 민주정치 다시찾자’(민주당). 외기 쉽고 입에 착착 감기는 전형적인 4음절 문구, 1967년 치러진 제7대 국회의원선거 벽보에 등장하는 각 정당의 구호다. 이런 흐름은 전두환 정권 시절인 제12대(1985년) 국회의원 선거까지 대세를 이룬다. 이 시기에는 ‘일어섰다·몰아내자·막아내자·밀어주자·바로잡자·이룩하자’등 선동적 구호가 대부분이다. 날 선 표현들이 혼란과 격동의 민 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유신 이후 억압된 사회 분위기
10월 유신 이후 치러진 제9대 총선(1973년)에선 억압적 사회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집권당 후보의 벽보에는 ‘번영과 통일 위해 공화당 밀어주자’는 구호가 일률적으로 들어갔고, 무소속 후보도 ‘유신 위한 인물 뽑자’는 문구를 삽입할 정도였다. 야당 벽보에는 단골로 등장하던 ‘독재’라는 말 대신 ‘일당국회’라는 완곡한 표현이 등장한다. 신민당 부의장이었던 김영삼 후보조차 ‘내일은 있다. 그날까지 용기를!’이라는 구호로 정치탄압의 예봉을 비껴갔다. 1978년 제10대 총선에선 ‘답답해서 못살겠다 민주회복 이룩하자’가 야당의 주된 구호였다. 숨막히는 사회상을 절절히 담았다.
내용이 달라지기 시작한 80년대
절차적 민주주의 틀이 잡힌 1987년 이후 치러진 제13대(1988년) 총선부터는 벽보의 형식뿐만 아니라 구호와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의 4음절 구호는 눈에 띄게 줄었고 ‘독주냐 견제냐’ ‘민주화도1번 안정도1번’등 간결한 문구로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구체적 정책지향점이 나타나기 시작한 90년대
1990년대 이후부터는 ‘민주·경제·발전·노동자·서민·소신·양심·젊음’등 후보와 정책지향점을 구체화한 단어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부드럽고 감성적인 단어가 들어가기 시작한 2000년대
특히 2000년대 이후부터는 ‘꿈·희망·미래·약속·사랑·행복’등 부드럽고 감성적인 단어가 포함된 문구로 유권자에 다가서는 표현들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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