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은 줄곧 여왕이었다. 통치자가 된 뒤엔 실제 무소불위다. 행정부는 물론 입법ㆍ사법부까지 발 아래다. 편하게 산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개혁이니 대변혁이니 했지만, 해경 해체라는 밀실의 임기응변식 벼락치기 땜질 처방 외 선거용 포퓰리즘 원우먼쇼에서 우리가 본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해경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느닷없이 해체라니 61년이나 된 국가기관을 그렇게 하루아침에 대통령 멋대로 없애도 되는가? (…) 자기 혼자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멋대로 바꾼 뒤 그대로 법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던 지난번처럼 이제는 ‘안전’을 또 다른 부서이름으로 쓰겠다고 다시 국회에 떼를 쓸 참인가? (…) 게다가 사법부를 무시하고 아직 체포도 안 된 특정인에 대한 몇백 년 형의 선고니 은닉 재산의 환수니 하는 초법적인 말도 서슴지 않는 것은 사법까지 다 하겠다는 것인가? 더욱이 평소처럼 자기 할 말만 하고 치우는 불통도 여전했다. 수많은 문제에 대한 질문에 곤혹스러워하기보다는 평소대로 기자나 언론이라는 것이 대한민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듯이 대하는 것이 편했으리라. 정말 편하게도 산다.”
‘바뀐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한국일보 ‘아침을 열며’·박홍규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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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하겠다는 ‘국가 개조’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다. 부역자 춘원이 주창한 ‘민족개조론’의 계보를 이어서만이 아니다. 퇴행적이고 시민이 배제된 데다 졸속이란 것이다.
“따지고 보니 박 대통령은 ‘포맷의 여왕’이었다. 기존 틀을 해체하는 방식으로 지도력과 지지를 확보했다. 2003년 차떼기당으로 한나라당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그는 당사를 천막으로 옮기며 ‘당의 기억장치’를 뒤엎었다. 최근엔 세월호 대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양경찰청의 해체를 선언했다. ‘국가 개조’라는 단호한 용어도 곁들였다. (…) 해경 해체에 대한 논의는 아예 설 자리가 없었다.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의 정책 결정이라고 하기엔 퇴행적이다. (…) 국가 개조도 좋지만 기존 체제의 운영 방식에 대한 성찰도 필요할 때다. 요란스레 포맷만 하고 깊은 성찰 없이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은 똑같다면 위기는 반복된다.”
‘포맷의 여왕’ (한국일보 ‘36.5°’·라제기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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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어렴풋이 느꼈을 것이다. 붕괴된 공(公)개념을 재건할 주체는 공(公)의 최고 관리자인 ‘국가’가 아니라 공(公)의 발원지인 시민과 시민사회라는 것을. 그런데 대통령 담화에서 시민과 시민사회는 여전히 구경꾼이다. (…) 유족들이 전해 받고 싶은 것은 유병언 일가의 악덕 상행위를 징벌하고 보상금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국가의 결기보다 국가가 그 자신들의 버팀목이 되겠다는 든든한 책무 이행서다. 그래야 국민의 다친 상처도 치유된다. 국민은 대통령이 내놓은 27가지 국가 개조 항목이 과연 적합한 대안인지 헤아리지 못할 뿐 아니라 개조의 주역이 여전히 국가라는 점을 석연찮게 생각한다. (…) 국민은 율사를 또 다른 율사로 바꾸고 장군을 또 다른 장군으로 교체할 저 도저한 국가주의에 더 막막할지 모른다. 비통했던 지난 한 달 동안 시민의식은 정치권보다 훨씬 성숙해 있음을 보여 줬지만 유효기간이 지난 국가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시대에 누가 시민을 두려워하랴. 세월호 참사의 주범은 ‘시민 없는 민주정치’였다.”
‘누가 시민을 두려워하랴’ (중앙일보 기명 칼럼·송호근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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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빨리, 대충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세월호 대책을 보면 아쉬움이 든다. 원칙대로라면 대책에 앞서 사건에 대한 백서부터 나와야 한다. 뭐가 문제였는지, 뭐가 사태를 키운 건지, 뭐가 매뉴얼의 문제였고 뭐가 사람의 문제였는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 문제가 제대로 진단돼야 답도 나오고 재발도 막는다. 이번 대책은 숙성된 대책은 아닌 듯하다. 선거도 앞두고 있고, 국민의 분노가 치솟는 상황에서 정치적 결단일 수 있다. 그러나 원칙은 아니다. 이런 작은 양보들이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우리 스스로 대책을 독촉했다. 우리가 참사를 빨리 잊으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빨리, 대충 하다가 사고가 났는데 해결책을 또 빨리 내놓으라니 과연 맞는 것인가?”
‘대책도 빨리, 대충인가’ (조선일보 ‘데스크에서’·이인열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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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박 대통령은 위기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문책론이 비등한 상태다. 1992년 대선 직전 부산복집에서 “부산 경남 경북만 단결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한 분열 조장자다.
“더욱 심각한 것은 49%가 지금까지 배제된 것은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불만은 증오나 저항으로 분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의 정국이 그 기로다. (…) 49%를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최소한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사인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그 중 가장 실질적이고도 상징적인 게 인사다. 영남 출신만 쓰고, 검찰 출신을 중용하고, 굳이 노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를 청와대로 불러오는 것은 배제의 극한적 표현이다. (…) 앞으로 이루어질 인사에서 51%의 통치를 조언하거나 동조한 사람부터 배제해야 한다. 대통령이 참모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참모가 대통령을 위해 존재한다.”
‘51%의 통치’ (한국일보 기명 칼럼·이영성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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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정치사에서 TK와 PK는 다른 길을 간 적이 많다. TK는 박정희 정권 이후 보수 정권의 기반이었다. 유신 독재에 항거한 1979년 부마항쟁은 PK인 부산 마산에서 일어났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1970년대 이후 현대사를 영호남 대결로 인식하지만 영남은 하나가 아니었다”고 했다. (…) 정의화 국회의장 후보자,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황찬현 감사원장, 정갑윤 국회부의장 후보자가 PK다.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도 PK다. TK 대통령 PK 비서실장 체제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 PK 편중 인사에 눈살을 찌푸리는 국민이 TK만은 아닐 것이다.”
‘TK 대통령 치하의 PK 세상’ (동아일보 ‘횡설수설’·최영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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