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문을 닫은 베를린 템펠호프 공항이 재개발되지 않고 시민의 여가생활과 문화를 위한 공간으로 남게 됐다고 독일 언론들이 26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를린시 당국의 템펠호프 공항 부지 재개발 계획안이 전날 치러진 시민 투표에서 64.3%의 반대로 기각됐다. 서울 여의도공원의 16배이며 뉴욕 센트럴파크와 맞먹는 356만㎡ 의 템펠호프 공항은 개발 방식에 따라 베를린시의 면모를 바꿀 대공사가 될 수도 있었다.
심한 주택 공급난을 겪는 베를린시는 당초 이 부지에 단계별로 총 4,700호의 주택과 중앙도서관 등 문화 시설을 지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를 막고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시민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런 뜻을 모아 시민단체‘100% 템펠호퍼 펠트’가 출범했고 4개월 간 노력 끝에 지난 1월 시민청원 조건인 전체 유권자의 7%를 넘는 18만5,328명의 서명을 받아내 투표까지 이끌어냈다.
지난 1923년 개항한 템펠호프 공항은 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베를린을 방어하는 독일공군의 본거지 역할을 했고 전쟁이 끝난 뒤에는 공산주의에 맞서는 상징물로 떠올랐다. 독일 분단 후인 1948년 소련이 서베를린을 봉쇄했을 때는 미국 주도의 서방 연합군이 서베를린 시민을 위해 수십만 톤의 식량과 연료를 수송한 ‘베를린 공수 작전’의 중심지였다. 베를린시는 남동부 쇠네펠트 지역에 건설 중인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국제공항 개항을 앞두고 2008년 10월 이 공항을 폐쇄했다.
베를린시는 인구가 지난 2005년 이후 3% 늘어난 340만명이며 2030년까지 추가로 7%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에 인구 유입이 늘어나면서 주택 부족 때문에 지난 3년간 월세가 23% 가량 올랐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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