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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

입력
2014.05.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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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랑 어울리지 말아야 할까봐. 친분이 괴로워.” 평론을 하는 친구 A가 자조 섞인 어조로 말했다. 최근 나온 작품집들 중에 뭐가 좋네 마네 하던 차였다. 처음에 A는 작가들과 노는 게 그냥 즐거웠다고 했다. 그런데 그들의 작품에 대해 평을 해야 할 일이 많아지다 보니 얼굴이 자꾸 눈앞에 아른거리더라나.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하는 게 좋지만 피치 못하게 개입해야 할 때가 있고, 그때 아는 작가를 적으로 돌릴 용기가 없어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넘어가고 나면 자신의 비겁함이 견디기 힘들더라는 것이다. 나는 A를 격려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이 좋을지 생각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을 비판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다. A의 고민과 연장선상에 있는 일들이 주위에는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아는 작가’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로, ‘아는 사람’의 잘못이나 부정도 모른 척 하고 싶다. 인정 때문이기도 하고, 괜한 소란에 연루되어 귀찮아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나도 몇 번쯤 그랬다. 문제점을 지적하면 독한 연놈 취급을 받다 못해 배신자로 낙인찍히기도 하니까. 세월호를 바다에 가라앉힌 것 역시 특별한 사악함이 아니라 그렇게 첩첩 쌓인 비겁함이 아닐까. 그렇다고 ‘아는 사람’을 피해 골방에만 틀어박힐 수도 없으니 오늘의 고민이 어떤 방향으로 깊어져야 할지 A와 나는 착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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