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官 자리 늘리기 싸움에 民만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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官 자리 늘리기 싸움에 民만 죽을 맛

입력
2014.05.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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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 맡은 국무조정실은 역부족

“이중 규제도 벅찬데 환경부까지 ‘자동차국’을 만든다니 죽을 맛입니다.”

자동차 제조사 임원 A씨의 하소연이다. 1980년대부터 현 산업통상자원부가 맡던 승용차 연비 검사를 국토교통부에 이어 환경부까지 나서는 바람에 업계가 삼중 규제에 시달릴 판이란 얘기다. 업계에는 환경부가 연비 검사를 발판으로 자동차국을 세운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A씨는 “목적은 결국 공무원 자리 늘리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연비 검사를 둘러싼 산업부와 국토부의 갈등은 ‘부처 이기주의’의 전형이다. 기업과 소비자는 누가 검사하든 결과만 정확하면 되는데, 두 부처가 서로 검사를 맡겠다며 비방전을 벌이면서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발단은 국토부가 지난해 처음 실시한 승용차 연비 검사다. 국토부는 “그간 산업부 검사가 허술했다”며 다른 방식으로 현대차 싼타페를 검사했고, 결과 역시 산업부와 달리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소비자들이 “기존 공인 연비는 뻥튀기”라고 들고 일어서고, 업계도 조사결과에 반발하자 두 부처는 4월에 재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검사법을 두고 다투고 있는 상황이라 재조사가 언제 실시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부처 기득권 싸움은 다른 부처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에는 청년고용대책을 두고 경제부처들과 교육부가 맞붙었다. “고학력 실업자 양산을 막기 위해 중ㆍ고교 직업교육을 늘려야 한다”는 경제부처와 “기존 과목 교사 정원이 줄어서 안 된다”는 교육부가 충돌한 것이다.

이처럼 부처간 기득권 다툼이 빈발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중재능력 부재를 지적했다. 부처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른 만큼 갈등은 자연스런 것이지만, 갈등이 합리적으로 정리되는 게 아니라 힘센 부처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거나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연비검사 갈등의 경우 국무조정실이 중재를 맡았지만, 해당 부처 모두 각자의 입장만 되풀이할 뿐 물러설 기색이 없자, 국무조정실도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가 부처 칸막이 해소를 ‘정부3.0’의 핵심으로 내세웠지만 현실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명무실한 국무총리실에 실권을 줘 조정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작은 접대와 선물만 받아도 처벌하는 ‘김영란법’을 통과시키고, 사익의 통로가 되는 산하기관 낙하산을 막으면 궁극적으로 부처 이기주의도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부처 이기주의의 가장 좋은 해법은 특별한 대책이나 별도 기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안마다 대통령과 장관이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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